같은 과 같은 속 백수오·이엽우피소, 옛부터 먹어온 건 합법 아니면 불법… 백수오 논쟁 오해와 진실

입력 2015-04-27 02:44 수정 2015-04-27 19:25

‘가짜 백수오(白首烏)’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백수오(사진)는 한반도 자생식물 은조롱의 뿌리를 말한다. 중국과 일본에 없던 우리 고유의 한약재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주 백수오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 90%가 가짜라고 발표하자 공급업체 내츄럴엔도텍의 주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 6400억원이 증발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에 나섰다.

진위 논쟁에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진짜 백수오와 가짜 백수오로 지목된 ‘이엽우피소’는 무엇이 같고 다를까. 백수오 논쟁의 오해와 진실을 살펴본다.

◇이엽우피소는 왜 가짜가 됐나=이엽우피소는 중국에서 1990년대 들어온 식물이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뿌리는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닮았다. 이엽우피소는 백수오보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양을 재배할 수 있다. 가격도 백수오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정부는 백수오를 재배·유통이 가능한 ‘적법한’ 식품·약재로 본다. 반면 이엽우피소에 대해선 ‘불법’ 판정을 내리고 있다. 둘을 가른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식경험’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먹어온 식물인지 따지는 것이다. 정용현 식품의약품안전처 주무관은 “식품 원료를 판단할 때는 식품으로 사용한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백수오는 오랫동안 안전하게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엽우피소는 그런 식경험이 없어 불법이라는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이엽우피소의 독성은 정부가 ‘불법’으로 판단한 근거가 아니었다. 정부는 이엽우피소에 대한 안전성 검사를 한 적이 없다. 독성에 관한 명확한 자료도 없는 상황이다.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독성이 있어서 불법인 게 아니라 안전성 여부를 알 수 없으므로 불법인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진짜 백수오’도 안전성 검사는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강일현 식약처 생약연구과 연구관은 “한약재의 경우 한의서에서 사용해온 사례가 있으면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식품과 한약재로 쓸 수 있는 것을 명시한 ‘식품공전’과 ‘약전’에 백수오는 기재됐고 이엽우피소는 빠졌다.

◇이엽우피소와 백수오, 성분과 효능=백수오와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달리 작용하는지 알아보려면 성분검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둘의 성분 차이는 학계에서도 명쾌하게 정리돼 있지 않다. 한 논문은 ‘콘두리톨 에프’ 성분을 제외하면 둘의 성분이 같다고 주장했고, 한신희 농촌진흥청 연구사는 관련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둘 사이에 중복되지 않는 성분도 여럿 있다고 했다. 약용식물 연구의 대부로 알려진 김재길(78·충북 청주 동제원약국) 박사는 “둘은 같은 과, 같은 속의 식물”이라며 “이엽우피소에 약간의 독성이 있지만 소량으로 쓰면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효능 차이를 지적한 연구 결과는 있다. 동국대 이동웅 교수는 1997년 논문에서 백수오의 활성성분인 가가미닌의 항산화 효과는 이엽우피소의 그것보다 3배 정도 강하다고 했다. 백수오는 또 자양강장, 보혈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상시험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김재길 박사는 “백수오도 전혀 무독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논란이 불거지자 “백수오를 장기간 무분별하게 복용하면 자궁출혈 유방암 자궁근종 등 여성 호르몬 대사와 관련된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