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만 쌓는 데 치중한 대학교에 등록금 일부를 돌려주라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는 채모씨 등 수원대 학생 50명이 학교법인, 이사장, 총장을 상대로 낸 등록금 환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대학평가 기준을 충족했던 2013년 이후 입학한 6명을 제외한 44명의 학생은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90만원을 돌려받게 된다. 곳간 채우는 데 눈먼 대학에 경종(警鐘)을 울린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 재정이 매우 양호한데도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2013년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대는 전국 사립대 중 네 번째로 많은 4000여억원의 적립금 및 이월금을 부당하게 마련했다. 이 대학은 지난해 교육부 감사에서 해당 연도에 착공할 수 없는 건물의 공사비를 예산에 넣어 이월금을 부풀린 사실이 적발됐다. 돈을 쌓아놓고도 학생들을 위한 투자에는 인색했다. 2011∼2012년 전임교원 확보율은 모두 대학평가 기준에 미달했고, 등록금 대비 실험실습비와 학생지원비는 각각 수도권 종합대학 평균의 41%, 9% 수준에 그쳐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잠정 지정되기도 했다.
적립금만 차곡차곡 재어 놓은 사립대의 이런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 기준 4년제 사립대 156곳의 적립금 총액은 9조원대(9조797억원)를 돌파했다. 2008년(7조459억원)보다 5년 사이 2조원넘게 늘어난 것이다. 일부 수도권 사립대들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적립해 놓고도 등록금을 낮추지도 않고 교육환경 개선에도 소극적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학은 점점 부자가 되는데 학생은 비싼 등록금에, 질 낮은 교육에 울상을 짓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대학 적폐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교육여건 개선에는 안중에 없으면서 적립금 쌓기에만 열을 올리는 대학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설] 대학 등록금은 교육환경 개선에 우선 투입하라
입력 2015-04-27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