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물었다. ‘사람의 내면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사람은 어땠을까. 성완종씨는 10대 초반 모친을 찾아 상경해 신문배달, 막노동을 하며 천신만고 끝에 중견 건설사의 주인이 됐다. 이어 정치에도 눈을 돌렸다. 동향 출신 인사들을 모아 단체를 만들고, 유력 정치인들을 후원하며 입지를 넓힌 지 10여년 만에 권력의 상징인 금배지를 달았다. 두 번 유죄를 선고받고 두 번 모두 사면되는 ‘능력’도 보였다.
성씨의 한 지인은 “콤플렉스라 할 정도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고 그를 기억했다. 그는 부족한 학연, 혈연을 메우려 누구보다 인맥 쌓기에 공을 들였다. 필연 돈이 들었을 터다. 다이어리를 빼곡히 채워가며 만난 이들은 ‘성완종’이란 사람보다 그가 쓰는 돈에 먼저 호의를 가졌을 법하다. ‘돈으로 싸 발라서 정치한 양반’이란 평도 그래서 나왔다.
성씨는 수사가 자신을 조여 오자 그렇게 쌓은 인맥을 찾았다. 살면서 터득한 ‘비법’이 이번에도 그를 구해 줄 거라 믿었던 듯하다. 그러나 번득이는 검찰의 칼날 앞에서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그는 한평생 아등바등 쌓아온 것들이 수포가 될 처지에 놓이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냥 하직이 아니라 ‘의리 없는 배신자’라고 칭한 이들을 향해 분노의 폭탄을 던졌다.
망인의 메모는 그가 몸담았던 세계의 불법 관행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처벌만으로 정치가 개혁될 거라 믿는 이는 없다.
소설 속 천사 미하일은 구두장이 부부, 남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인 등을 만나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이치를 깨닫는다. 성씨가 접한 세상의 이치는 무엇일까. ‘1억, 2억, 3억…’이라고 쓴 메모를 주머니에 넣고 마지막 산에 오를 때 그는 무엇을 돌아봤을까. 자신을 ‘희생자’라 했지만 그 역시 일종의 ‘공모자’는 아니었을까.
지호일 차장 blue51@kmib.co.kr
[한마당-지호일] 무엇으로 사는가
입력 2015-04-27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