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유호열] 마카오에서 북한을 보다

입력 2015-04-27 02:45

지난 주말 마카오대학에서 북한문제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홍콩, 대만 등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해 이틀 동안 북한의 대내외 문제를 집중 토론하였다. 중국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인구 55만의 작은 특별행정구에서 북한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 다소 생소했으나 회의가 진행되면서 북한과 한반도 통일문제 연구에서 마카오의 지역적 특성에 공감할 수 있었다.

마카오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북한 연구의 새로운 공간이자 한반도 통일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다. 마카오는 홍콩과 같이 중국의 특별행정구로서 매우 독특한 지역적 특성을 갖고 있다. 중국 땅이면서도 중국이 아니고, 중국이 아니면서 가장 전통적인 중국적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다. 북한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북한과 접경지역인 옌볜자치주나 동북3성이 다르고, 베이징이 다르고, 상하이와 광저우가 다르듯이 홍콩과 마카오가 또한 다르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핵문제 해법으로 입구론과 출구론이 여전히 갈리지만, 마카오에서는 그 자체의 객관적 논리와 합리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다룰 수 있을 만큼 탈중국, 탈베이징의 특징이 있다.

마카오는 중국 내 어느 지역보다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국제적 시각에서 북한문제를 바라보고 있고, 미국과 중국의 중간 지대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영어가 공용어인 마카오 대학은 총장도 화교이면서 외국 국적자란 점에서 학문적 독립성과 지정학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카오는 북한과 한반도 문제를 국제적 시각에서, 국제 시장의 논리 속에서 다룰 수 있는 지역이다. 탈냉전 이후에도 북한의 대외금융창구로 마카오 시내의 방코델타아시아(BDA)가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카오는 홍콩과 더불어 대만과의 관계가 돈독한 지역이다. 지역적 유대감이란 점에서 중국과 대만 간 양안관계의 중간 지대에 있다. 지경학적, 지정학적으로도 중개지일 뿐만 아니라 지식과 정서 면에서도 오히려 상호 공감대가 크다. 대륙에서는 간자체를 쓰지만 마카오는 홍콩, 대만과 같이 번자체를 쓰면서 상호 교류하는 걸 보면 양안관계 발전의 전초지이자 통일의 선도역이라 할 수 있다. 25년 전에 제정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함에 있어 독일식 흡수통일과 중국식 일국양제의 장단점을 고려해야 한다면 마카오의 발전 경험과 교훈은 우리의 새로운 통일 청사진 제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카오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중요 길목이기에 해양 질서에도 관심이 많다. 마카오는 센카쿠 열도 분쟁이나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한 연구와 토론의 중심이 되고 있다. 북한의 개방과 한반도 통일문제를 구상함에 있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나 유라시아개발계획 등 도로와 철도 연결을 통한 발전 방안이 주목을 받고 있으나 북한의 해양 관련 정책이나 통일 한국의 대양 진출 계획은 마카오와의 협력을 통해 체계화하고 법제화할 수 있다. 통일 한국은 중국과 일본 등 주변 강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위상과 역할을 모색함에 있어 마카오와 같은 중립 지역과의 지식 정책적 소통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마카오는 냉전시대 동서 진영 간, 그리고 남북한 간에도 치열한 첩보전이 전개되던 곳이다. 북한 지도자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마카오 대학 측이 지난해 북한 학자를 동 학술회의에 초정했을 때 차갑게 거절했으나 금년에는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사양했다고 한다. 내년에는 그들도 잠시 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한반도 해법을 구하는 과정에서 마카오의 특수한 위상과 역할에 좀 더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유호열(고려대 교수·북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