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대동맥류’ 환자 70%가 60대 이상 남성

입력 2015-04-28 02:43
일단 파열하면 환자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복부대동맥류가 담배를 피우는 장·노년 남성을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복부대동맥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는 복부초음파검사 모습.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60세 이상 고령 남성에게서 유독 많이 나타나는 치명적인 복부질환이 있다. 바로 복부대동맥류다.

복부대동맥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가장 큰 동맥이다. 복부대동맥류란 이 혈관의 일부분이 정상 두께(2㎝)보다 1.5배 이상 커져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경우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병원에서 복부대동맥류 진단을 받고 응급수술을 받은 환자의 수는 2009년 3670명에서 2013년 6534명으로 5년 동안 약 78% 증가했다. 이들 중 약 70%가 60세 이상 남성 환자들이었다.

복부대동맥류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고(高) 위험계층은 65세 이상 흡연 남성이다. 담배를 피우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4.5%가 복부대동맥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같은 연령층 서양인의 4∼9%와 크게 차이가 나는 발생빈도다.

복부대동맥류 파열은 생명을 다투는 초응급상황으로 분류된다. 혈관이 뱃속에서 특별한 이상 증상도 없이 슬그머니 부풀어 오르다 한계치에 도달하면 바람이 꽉 찬 풍선이 터지듯 파열돼 대량 출혈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진현 교수는 “갑자기 뱃속에서 대동맥류가 터질 경우 약 60%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가까스로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는 나머지 40% 중에서도 절반가량이 끝내 숨질 정도로 위중한 병이 복부대동맥류”라며 장·노년층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복부대동맥류는 콜레스테롤(지방질)이나 흡연과 같이 동맥경화를 촉진하는 혈관건강 위험인자가 혈관내벽 조직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결국 동맥경화로 약해진 혈관내벽은 계속 상승하는 혈압을 견디지 못하고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터지기 일보직전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복부대동맥류가 담배를 피우는 60세 이상 고령 남성에게서 유독 많이 발견되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나이가 들면 혈관에도 노화현상이 일어나는데다 오랜 기간 흡연과 잦은 술자리, 기름진 음식섭취로 생긴 고지혈증, 비만 등 혈관건강을 해치는 위험요인도 늘어난다.

복부대동맥류는 터지면 즉사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파열되기 전에 발견해 미리 화근을 제거하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복부대동맥류는 터지기 직전까지도 진행 중 특이한 이상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실제 복부대동맥류는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소화기병 검사 중 우연히 발견되고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확진되고 있다.

따라서 평소 뱃속에 가스가 찬 듯한 느낌과 더불어 더부룩하고, 뱃속에서 마치 심장이 뛰는 것과 같은 박동감이 느껴지면 지체 없이 소화기내과나 혈관외과를 방문, 복부초음파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벼운 복통이나 요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꽈리처럼 부푼 복부대동맥류가 척추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동맥류 파열 위험을 낮추는 수술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개복수술로 동맥류를 제거하고, 인조혈관으로 다시 이어주는 개복복원술과 동맥류가 생긴 혈관 내강에 안전한 스텐트나 도관을 설치하는 스텐트·도관삽입술이 그것이다.

조 교수는 “담배를 아직 끊지 못한데다 평소 술자리까지 잦고 뱃살로 인해 허리도 굵다면 50세 이후부터는 복부대동맥류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기발견 및 파열예방 치료를 위해 건강검진 시 꼭 복부초음파 검사를 끼워 넣는 것이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