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여론 “사죄” 압박… 아베, 연설 문안 고칠까

입력 2015-04-25 02:43

미국 민주·공화당 소속 의원 25명이 23일(현지시간) 연판장을 돌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마이크 혼다(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을 비롯한 민주·공화당 소속 의원 25명은 이날 “우리는 아베 총리가 역사를 직시하면서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공식으로 재확인하고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연명 서한을 작성해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냈다. 특히 그동안 ‘중립’을 지켜온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도 동참해 무게를 더했다.

한국·미국·중국·대만 시민사회단체들도 아베 총리의 워싱턴DC 방문기간인 28∼29일 미 의사당 앞에서 70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고 아베 총리의 위안부 범죄 반성 및 사죄를 요구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가 이번 미국 방문에서 다루길 가장 꺼리는 의제는 과거사 문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과 연방 의원들의 과거사 반성과 사과 요구가 거세지면서 29일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서는 아베 총리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최대한 막판까지 미국 내부의 여론동향을 주시하면서 최종 연설 문안을 다시 들여다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방미 기간 중 알링턴 국립묘지, 홀로코스트(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 박물관,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등 전쟁 관련 시설을 잇따라 방문해 ‘부전(不戰)의 결의’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과거사 인식에 대한 비판을 무마시키려는 다분히 의도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같은 의도로 지난 22일 아베 총리의 반둥회의 연설 영문판도 사죄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깊은 반성’을 후회나 자책의 의미가 담긴 ‘deep remorse’로 번역했다.

아베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군사, 경제 양 측면에서 미·일동맹 격상(업그레이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진전 등이 최우선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 같은 미·일동맹 강화를 통한 보통국가화 행보의 우선적 목표는 중국에 맞선 억지력 강화이지만 궁극적 목표는 독자적 군사강국화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 28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TPP의 진전은 미·일동맹이 군사에서 경제 영역에까지 확대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아베 총리는 협정에 필수적인 무역촉진권한(TPA) 부여를 놓고 고심하는 미 의회에 TPP의 중요성과 의미를 확신시키려 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업그레이드한 미·일동맹을 방패삼아 한국과 중국의 역사인식 공세를 돌파하려는 의중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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