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녀에 기밀누설 고작 ‘집유’ 前 CIA국장 처벌 형평성 논란

입력 2015-04-25 02:38

불륜관계를 맺은 여성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사진)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스티븐 김 등 다른 피고자들은 훨씬 중형을 선고받아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부지구 연방법원은 23일(현지시간) 열린 선고공판에서 퍼트레이어스에게 집행유예 2년과 10만 달러(약 1억8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미국 검찰의 연방검사들이나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은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에게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에 대한 구형량은 미국 법무부와의 유죄인정 협상을 통해 집행유예 2년과 4만 달러의 벌금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이날 공판을 맡은 데이비드 케슬러 판사는 “위법 내용의 중대함을 고려해 벌금 액수를 높였다”고 밝혔다.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지휘하는 중부사령관으로 근무한 뒤 2011년부터 CIA 국장으로 재직했다. 2012년 그의 자서전을 집필하던 여성 작가 폴라 브로드웰과의 불륜이 드러나면서 공직에서 물러났다. 특히 그는 CIA 국장 재직 시 중부사령관 때부터 불법적으로 집에 보관해온 ‘검은 책(black books)’으로 불리는 8개의 기밀 바인더를 브로드웰에게 빌려준 혐의를 받아 왔다.

퍼트레이스 전 국장의 형량에 대해 국가안보 관련 전문 변호사인 마크 자이드는 “같은 혐의의 기소자에 비해 가볍다”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정치적 파장이 커질 수 있는 전직 고위 관리의 기소를 피하기 위해 타협을 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계 미국인 핵과학자 스티븐 김 박사의 사례를 들며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에 대한 집유 선고가 유사한 수준의 범죄에 대해서도 고위 장성이라면 다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의 변호인은 지난달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김 박사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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