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법 시행령안 대폭 수정해 논란 잠재우길

입력 2015-04-25 02:50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27일 입법예고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안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 국회가 심혈을 기울여 제정한 세월호특별법의 의미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행령안의 내용을 보면 세월호 유가족들의 폐기 주장이 일면 이해가 된다.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해수부의 안이함과 독선으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특위)의 정상 가동이 늦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시행령안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키로 한 특위의 주도권을 공무원이 쥐도록 한 것은 큰 잘못이다. 조사를 지휘하고 종합보고서 작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과 최일선에서 진상규명 작업을 하게 될 조사1과장을 공무원이 맡도록 했다. 특위의 최우선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공무원에게 조사의 칼자루를 쥐어주는 꼴이다.

절차적 잘못도 있다. 시행령 제정 권한이 해수부에 있긴 하지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특위 의견을 수렴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해수부는 특위 측이 보낸 시행령안을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입법예고 절차에 따라 수정하면 된다지만 해수부의 정무적 판단미스였다. 특위는 가급적 민간 전문가 위주로 운영하고, 공무원은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그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파견 공무원 수는 최소화하고,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해수부 공무원은 제외하는 게 옳다. 해수부는 지금이라도 특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시행령안을 다시 마련해야겠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지금 와서 무슨 조사를 하겠다는 건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시행령 제정과 특위 가동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24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처럼 여야가 폐기 여부로 다투는 것은 무의미하다.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들이 주말마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것은 국력 낭비다. 이런 갈등이 조기에 종식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