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진한 감동의 몸짓… 러시아 ‘스노우쇼’·덴마크 ‘블램’ 해외 넌버벌 퍼포먼스 2편 주목

입력 2015-04-27 02:18
21세기 광대 예술의 1인자 슬라바 폴루닌이 만든 ‘스노우쇼’(왼쪽)와 넌버벌 퍼포먼스로는 드물게 사무실을 배경으로 한 ‘블램’. LG아트센터 제공

말(言)은 힘이 세다. 하지만 종종 진실 되지 않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그래서 말없이 표현하는 것이 훨씬 정직하고 감동적일 때가 있다. LG아트센터가 잇따라 초청하는 넌버벌(비언어) 퍼포먼스 ‘스노우쇼’(5월 14∼30일)와 ‘블램’(6월 11∼14일)은 몸짓만으로 큰 감동과 재미를 준다.

러시아 출신 광대 슬라바 폴루닌이 1993년 만든 ‘스노우쇼’는 공연계에선 유명한 작품이다.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돼 수천만 명의 관객을 홀렸다. 한국에서도 올해가 5번째다. 4번의 내한공연은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신화를 쓴 바 있다.

사실 이 작품은 특별한 줄거리가 없다. 막이 오르면 무대 위에는 노란색 포대 자루 같은 옷을 입고 빨간색 큰 코를 가진 광대 8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대사 없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은 짧은 에피소드를 알록달록한 소품과 무대와 하나가 되는 음악, 조명의 도움을 얻어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만들어낸다.

특히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는 제목에서 짐작하듯 ‘눈(雪)’이다. 공연 중간부터 무대에 눈이 흩날리기 시작해 마지막에는 엄청난 눈보라가 객석으로 몰아친다. 약 3주간의 서울 공연에 사용되는 종이 눈의 양이 1t 트럭 한대 분이나 된다. 서울에 앞서 대구 수성아트피아(4월 29일∼5월 2일)와 부산 영화의전당(5월 5∼10일)에서도 공연된다.

국내에선 드물게 만나는 덴마크 작품 ‘블램’은 사무실에서 상사 눈치를 보며 틈만 나면 딴 짓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샐러리맨 4명의 모습을 담았다. 이들의 딴 짓은 할리우드 유명 영화 장면들을 일상 속에서 되살리는 것이다. 컴퓨터, 복사기, 정수기, 스테이플러, 스탬프 등 익숙한 사무실 집기들이 놀라운 상상력으로 색다르게 활용되면서 무대는 무성영화의 슬랩스틱 코미디부터 블록버스터 영화의 액션 장면까지 끊임없이 변한다. 샐러리맨들은 ‘다이하드’ ‘터미네이터’ ‘헐크’ ‘에일리언’ ‘람보’ 등의 영화 주인공이 된다.

덴마크를 비롯해 북유럽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편이지만, 일에 시달리며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샐러리맨들의 처지는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는 모양이다. 직장 생활의 애환이 담긴 극중 샐러리맨들의 모습은 폭소를 터뜨리게 하지만 한편으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