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실마리’부터 찾아야 문제가 풀리죠

입력 2015-04-25 02:47

‘실마리’는 ‘일이나 사건을 풀어나갈 수 있는 첫머리’ ‘감겨 있거나 헝클어진 실의 첫머리’란 뜻입니다. 단서(端緖)라고 할 수 있지요. ‘마리’는 ‘머리’의 옛말입니다. 첫머리의 반대쪽, 즉 맨 끝을 ‘끄트머리’라고 하지요? 끝도 머리로 본 생각의 너그러움에 탄복하게 됩니다.

물레로 실을 잣는 일은 일손이 여간 가는 게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실을 만들다가 그만 헝클어지면 큰 낭패였겠지요. 실마리를 찾아 차근차근 푸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을 가다보면 신양수대교를 건너게 되는데, 다리 아래에 두물머리(두물마리)가 있습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곳이라는 뜻의 양수리(兩水里), 북한강 끝 지점에 있는 작은 섬이지요. 사실 발원지로 보면 ‘두물머리’라기보다는 ‘두물끄트머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두물머리 오른쪽 강 너머에 다산 정약용(丁若鏞)의 묘가 있습니다.

평가는 서로 다를 수 있겠으나 베트남에서 국부(國父)로 칭송받는 호찌민. 한 나라의 지도자였지만 죽어 남긴 거라곤 오두막 같은 집 한 채와 옷가지 몇 개, 고무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가 머리맡에 두고 닳도록 읽은 책이 다산의 ‘목민심서(牧民心書)’였다는데, 그는 거기서 무엇을 본 걸까요.

교열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