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난항을 거듭해오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드디어 타결됐다. 한·미 양국은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 협력 분야에서 지난 50여년간 굳건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이런 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양국은 원전 공급국이 된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원자력 안전 및 핵안보 유지의 중요성, 그리고 핵 비확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진행해 왔다. 우리나라 원전 수출산업계의 상생 발전을 도모해 온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는 이번 협상 타결로 원전 수출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며 협상 타결을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협상 타결이 없었다면 현재 양국 간 최대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인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을 포함, 한국의 원전 수출산업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할 수 있었다. 우리의 원전수출 전략에서 바라카 프로젝트가 지닌 중요성을 고려하면 한·미 원자력협정이 만료된 후 나타날 불확실성이나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은 모든 당사자에게 큰 우려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협정 개정 협상이 타결돼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이 미국산 핵물질이나 원자력 장비, 부품 등을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현재는 원전의 각 항목들에 대해 사안마다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우리 원전수출 업계는 원전수출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할 때 부품이나 원자재에 대해 미국의 개별 승인을 받고 있는 것을 포괄 승인받도록 하는 방안을 원해 왔다. 이번 새로운 협정 문안이 미국산 원자력 기자재의 제3국 재이전과 관련해 포괄적인 장기 동의가 적용되도록 마련됐다고 하니 우리 원전수출 업계는 이를 특히 환영하는 바이며 한·미 협정상의 이러한 장치는 우리 기업들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수출 업무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에 우리의 고유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신형 경수로 APR1400 원전 4기를 수출함으로써 원자로 공급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은 현재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베트남 체코 폴란드 핀란드 등 새로운 원전 건설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세계 원전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한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캐나다 중국 등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은 양국 원전 기업 간 협력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전략적 차원에서 큰 틀의 협력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한·미 원자력협정에 대한 일부 언론과 여론의 관심은 핵 주권 확보라는 대의명분 논쟁에 휩싸여 우리 원전 산업계의 실익과는 다소 동떨어진 농축이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에만 치우친 측면이 있었으나 이는 농축과 재처리 외에 우리가 얻게 되는 다양한 혜택을 간과한 것이다. 새로운 협정은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수출 등 우리 기업들의 실익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뿐만 아니라 향후 원전 건설을 추진할 잠재 고객들에게 한국의 원전 기술을 수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타결로 양국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협력이 크게 증진될 뿐만 아니라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 증진 등으로 원전 수출산업이 우리 경제의 신 성장 엔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안홍준 원전수출산업협회 회장
[기고-안홍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의미
입력 2015-04-25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