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타계한 ‘마왕’ 신해철씨의 목소리를 최신 복제 기술로 재현해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신곡을 제작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 기술은 목소리의 진동수 증폭 정도, 리듬, 공명 및 발성 패턴 등 여러 특징을 분석 자료로 입력하여 컴퓨터를 통해 복제된 음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목소리는 호흡, 발성, 발음, 공명의 4가지 기본 요소에 몇 가지 추가적 요인이 가미돼 구성되므로 이러한 방법으로 그의 고유한 음성을 재창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는 공통의 경험들 중 하나가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은 후 느끼는 놀라움과 부정적 반응일 것이다.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가 정작 자신에겐 그간 알고 있던 음성과 다르게 느껴진다. 이는 하나인 듯 두 개인 목소리의 비밀에 있다. 폐와 입 사이에 위치한 소리 생산 공장인 성대가 울림으로써 만들어지는 목소리는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귓속 가운데 안쪽의 단단한 뼈로 둘러싸인 속귀(내이)에 도달한다.
하나는 공기를 매체로 전달되는 경로로 이는 외부 소리가 이도를 거쳐 고막과 중이를 통과한 뒤 속귀의 달팽이관에 도달, 인지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성대에서 생산된 소리가 머리조직을 통해 달팽이관에 직접 전달되는 경로인데, 이는 뼈를 매체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목소리는 보다 깊은 저주파 진동이 강화된다. 특정인 스스로가 인지하는 자신의 ‘정상적인’ 목소리는 이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전달되는 음성을 동시에 혼합, 감지함으로써 인식된다. 그러나 녹음된 음성은 정상적인 목소리에서 뼈를 매체로 전달된 음성이 제거된 것이므로 자신이 그간 인식한 음성과 실제로 다르게 감지된다.
반대로 귀마개를 꽂고 말을 하게 되면 공기를 매체로 전달되어 되돌아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차단되어 뼈로 전도되는 음성만을 인지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자신이 인지하는 목소리와 다르다. 하나인 듯 생각되는 자신의 목소리에 두 가지 음성이 섞여 있고, 타인이 인식하는 나의 목소리도 다르다. 우리 생활에도 단편적으로 생각하고 이면을 살피지 않으면 실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목소리와 사회적 외침에 귀 기울여 보자.
노태호(KEI 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그의 목소리
입력 2015-04-25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