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의 수사가 서서히 홍준표(61) 경남도지사를 향하고 있다. 수사팀이 증거인멸 혐의로 지난 22일부터 잇따라 긴급체포한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43) 경남기업 홍보부장은 성완종 전 회장의 ‘홍 지사 로비’를 파악하고 있을 법한 인물로 꼽혀 왔다. 수사팀 관계자는 “관련자 진술의 진위를 가린 뒤 궁극적으로는 리스트로 제기된 의혹의 실체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박 전 상무와 이 부장은 홍 지사의 의혹과 얽힌 인물이다. 두 사람은 성 전 회장이 지난 6일 윤승모(52) 전 부사장이 입원한 병실에 찾아가 홍 지사에게 지시대로 금품을 전달했는지 묻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 성 전 회장이 ‘56자 금품로비 메모’를 남기고 목숨을 끊기 전날 밤 가진 마지막 대책회의를 함께했던 2명도 바로 이들이다.
두 측근은 참고인 조사 단계부터 “내가 아는 범위에서 리스트 로비 사실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두 측근이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및 리스트 로비 내용을 파악하고 있지만 관련 증거를 숨기고 있다고 본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가 지난달 30일부터 3∼4일간 경남기업의 지하주차장 CCTV를 끄라고 지시한 뒤 주요 자료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은 이때 사라진 자료 중 ‘굉장히 중요한 증거’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 부장의 경우 지난 6일 성 전 회장과 윤 전 부사장의 대화 내용을 녹취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다만 그는 23일 수사팀 조사 과정에서 “병문안에 동행했지만 대화에 끼지 않았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수사팀에 제출할 녹취 자료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두 측근이 휴대전화 압수 이후에도 주변인들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말을 맞춘 정황도 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귀인’으로 꼽혔던 두 측근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홍 지사 로비에 대해 수사팀에 핵심적인 진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은 윤 전 부사장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긴급체포라는 강수를 둔 수사팀은 전달 당사자인 윤 전 부사장을 소환해 진술을 청취,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다. 윤 전 부사장은 “검찰에서 다 밝히겠다”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특수팀 출범 전 경남기업 수사에서 피의자 신분이었던 한장섭(50) 부사장도 “성 회장의 지시로 현금을 인출, 윤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사팀의 수사는 증거인멸 확인이라는 ‘지류’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금품로비 실체 확인의 ‘본류’에 닿게 되면 리스트에 적힌 정치인 중 홍 지사에 대한 소환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사팀은 홍 지사 고발 사건을 이송 받아 ‘형제사건번호’를 부여했고, 홍 지사는 법적으로 피의자 신분인 상황이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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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4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