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재단’에 발목 잡히나… NYT, 기부 의혹 폭로

입력 2015-04-24 02:32

미국 대선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국무장관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운영한 자선재단을 통해 뇌물성 후원금을 받았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힐러리 측에선 정치공세라며 부인했지만 미국 주요 언론의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대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러시아인들이 지난 2009∼2013년 미국 우라늄 생산 능력의 5분의 1을 소유한 ‘우라늄 원’이라는 회사를 세 차례에 걸쳐 점진적으로 인수하는 과정에 클린턴 가족 소유의 ‘클린턴 재단’이 연루됐다고 폭로했다.

국가안보 전략자산인 우라늄 거래에 대한 인허가권을 가진 미 정부 여러 부처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 당시 장관이 이끌던 국무부가 포함됐고, 공교롭게도 우라늄 원 회장이 자신의 가족 재단을 통해 235만 달러(약 25억4000만원)를 클린턴재단에 기부했다는 것이다.

NYT는 또 “러시아인들이 우라늄 원의 과반 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직후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스크바 연설 대가로 크렘린과 연계된 러시아 투자은행으로부터 50만 달러를 받았다”며 “이들 기부가 우라늄 거래에 모종의 역할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클린턴 재단에 특별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분석 결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후 클린턴재단의 주요 기부자이기도 한 회사나 단체로부터 연설 대가로 받은 돈이 최소 2600만 달러(약 281억600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클린턴이 2001∼2013년 연설 수입으로 벌어들인 전체 금액의 약 4분의 1에 달하며 클린턴 부부의 재단 관련 업무와 개인 재산 증식이 얼마나 밀접하게 얽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클린턴 전 장관의 뇌물성 후원금 논란은 공화당 성향의 보수연구소를 이끄는 피터 슈바이처가 쓴 ‘클린턴 캐시: 클린턴 부부를 부자로 만든 외국 정부와 기업들의 비법’이라는 저서 내용이 지난 19일 공개되면서 다시 촉발됐다. 이 책은 외국 정부나 해외 기업들이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09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클린턴재단에 거액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추후 국무부 정책의 수혜자가 됐다는 주장을 담았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일 후원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온갖 종류의 방해와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으나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