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The 멈춤’ 펴낸 김여호수아 목사] “척박한 이 세상 잠시 멈추고 하나님을 바라보세요”

입력 2015-04-25 00:55
“믿음과 소망, 사랑으로 행복하게 사세요.”

10년 전 심은하와 지상욱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은 고 하용조(온누리교회) 목사는 “믿음, 소망, 사랑을 명심하라”고 성경말씀을 인용해 세 번이나 강조했다. 4년 전 하늘나라로 가신 하 목사는 ‘똑같은 주례사’를 하는 목회자로 유명했다.

“목사님, 왜 똑같은 주례사만 반복하시는지요?” 투병 중인 하 목사 대신 연예인들의 주례를 맡게 된 당시 김여호수아(50) 부목사는 참다못해 질문을 던졌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말인데, 사람마다 다르면 되는가.” 우문현답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세 가지 선물 중에서 사랑이 가중 소중하다는 메시지보다 더 좋은 주례사가 없다는 말씀이었다.

지난해 한혜진·기성용 커플 결혼식에서 김 목사는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주례사를 들려줬다. 김 목사의 주례로 웨딩마치를 울린 커플은 수백 쌍이다. 그중에서 연예인은 추상미를 시작으로 전혜진 타미 박지은 박나림 엄지원 유선 등이 그의 주례로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김 목사가 연예인 주례에 신경을 쓴 까닭은 각별했다. 2007년 배우 정다빈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문상 가서 충격을 받고 더 이상 주례를 맡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하 목사는 김 목사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성경공부를 통해 그들을 잘 보살피라는 것이었다.

연예인 성경공부 모임인 ‘하미모’(하나님을 사랑하는 미인들의 모임)는 이렇게 탄생했다. “대부분 교회는 연예인들이 오면 특별 관리하지만 우리 교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같이 예배드리고 기도하며 똑같이 믿음생활을 합니다. ”

출석교인은 서울 송파캠프까지 합쳐서 2500여명이다. 대부분이 40, 50대가 주류를 이룬다. 어린이 등 교회학교 학생이 500명 정도다. 예배는 주일 다섯 차례 열린다. 오전 8시, 10시, 낮 12시30분, 오후 7시에 드린다. 5부는 새신자들을 위한 예배로 주일마다 250여명이 즐겁고 기쁜 예배를 드린다.

김 목사는 예수님을 모른 채 유년기를 보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가 꿈도 꾸지 않았던 목회자로 거듭났다. 풍찬노숙하며 세속에 물들어가던 그를 붙잡은 곳은 다름 아닌 교회였다.

그는 노스웨스트대에서 성서문학과 리젠트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신앙생활을 반대했던 그의 아버지는 2년간 췌장암 투병을 하다 목사가 된 아들의 세례를 받고 12년 전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 목사는 미국 시애틀형제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던 중 2003년 온누리교회 부목사로 부임했다. 이후 2009년 동갑내기 신도배 목사와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서울드림교회를 창립했다.

인터뷰를 사양하는 목회자로 유명한 김 목사는 지난 22일 생애 첫 책 ‘The 멈춤’(규장)을 내밀고 하나님만 바라보는 가장 확실한 길, 멈춤에 대해 얘기했다. “흘러가버린 시간은 멈춤(pause)을 통해 다시 살아납니다. 기억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가 되고, 사랑은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 되지요. 마찬가지로 멈춤의 시간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 집중하는 것을 배우고 연습해야 합니다.”

김 목사는 “이 시대 교회와 성도와 목회자의 명예가 모두 바닥으로 떨어져 안타깝지만 실망할 필요 없다”면서 “이제껏 시대와 문화마다 기독교 신앙은 거친 반발과 조롱을 받아 왔지만 언제나 불멸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자는 ‘멈춤’이라는 훈련으로 혼탁하고 척박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을 깊이 만나기 위해 삶의 현장에서 멈춤 버튼을 누르고 그분의 품으로 함께 들어가자고 손을 내밀면서 한국교회의 새로운 소망을 얘기했다.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행복한 순간도 고통스러운 순간도 결코 멈추는 법이 없지요. 큰 은혜의 감동도 지나간 시간과 함께 우리의 기억 속에서 아련히 멀어집니다. 멈춤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향해 마음과 눈과 영혼을 맑고 밝게 열어줄 것입니다. 자, 우리 함께 멈춰볼까요.”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