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특검 제안은 새누리당의 집요한 ‘특별사면’ 논란에 대한 반격이다. 재보선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점차 확산되는 노무현정부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특사 논란을 특검으로 잠재우고, 여권 실세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사건 본질’로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예고됐던 특검, 새로운 제안 아니다”=새정치연합은 이달 초 ‘성완종 리스트’가 터졌을 때부터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 도입’이라는 기조를 계속 유지해 왔다. 때문에 ‘야당답지 못하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했다. 당 ‘친박권력형비리게이트대책위’ 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검은 처음부터 ‘로드맵’에 있었던 방안이었다. 새로운 제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사건 초반에 특검을 주장하면 여야 간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검찰의 초동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특검 카드’를 아껴뒀다는 설명이다.
특검 기조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검찰 수사의 한계와 새누리당의 ‘물타기 정치공세’를 지목했다. 당 지도부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검찰의 보고라인에 존재하는 한 더 이상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 20일 황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사 범위 확대를 예고한 것도 기조 전환의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당 지도부 한 의원은 “정부와 새누리당의 물타기 공세가 검찰 수사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분명해졌다”며 “오늘 (문 대표가) 특검 카드를 꺼낸 것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의 본질인 여권 실세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돌아가기 위한 반격”이라고 했다.
◇특사 논란 잠재우기 위한 특검?=문 대표의 특검 제안에는 최근 확산일로에 있는 특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친박게이트대책위는 당초 이번 주말쯤 특검 제안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당 지도부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정을 앞당겼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도 “만약 새누리당이 사면을 가지고 저를 타깃으로 상정하고 있다면 오히려 새누리당이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특사 의혹 제기에 대한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 특검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야당이 특검을 추천할 수 있다면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야당이 대통령에게 특검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추천위원 7명 가운데 4명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국회 추천 몫이 4명에 불과해 여당이 자신의 몫을 전부 포기하는 ‘통 큰 양보’를 하지 않는 한 야당의 특검 추천은 불가능하다.
당 일각에선 특검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나온다. 야당이 추천한 인사를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해도 권력형 비리 사건의 특성상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특검을 추천했던 ‘내곡동 사저 특검’도 결과는 매우 미진하지 않았느냐”며 “설사 특검 추천권을 양보받는다 해도 검찰 수사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보장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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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4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