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엔 900선 붕괴’ 조바심 드러낸 기재부

입력 2015-04-24 02:43

기획재정부는 23일 오후 3시30분쯤 원·엔 환율 900선이 붕괴됐다는 보도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이날 오전만 해도 각 언론이 ‘원·엔 환율 900선 붕괴’ 기사를 쏟아내자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처음 보도가 난 지 7시간 정도가 지나 이런 참고자료를 발표한 것은 엔저 가속화에 따른 경제 불안심리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사실 기재부 설명은 틀리지 않다. 원·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가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달러화를 기준으로 상대적인 가치를 비교해 계산한다. 오전 9시 현재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이고 엔·달러 환율이 110엔이면, 이 시각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이 되는 식이다. 기재부는 그러나 원·엔 환율이 899.67원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한 것은 계산법이 틀렸다고 ‘이례적으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같은 시각을 기준으로 계산된 게 아니었다는 것. 원·달러 환율의 경우 22일 외환시장 종가를 기준으로 했고, 엔·달러는 서울 외환시장 개장 전인 23일 오전 8시22분을 기준으로 했다. 정확한 계산법으로 따지자면 원·엔 환율 종가는 903.0원으로 마감했고, 장중 최저치도 902.0원으로 900선이 붕괴되지 않은 것이다.

기재부는 정확한 보도를 위해 참고자료를 배포했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 주체들이 ‘원·엔 환율 900선 붕괴’로 인해 겪게 될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는 ‘조바심’이 담겨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기관 관계자는 “기재부 설명대로 900선이 무너지지 않았더라도 엔저 가속화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에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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