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인, 유대인, 사마리아인, 나사렛 예수, 구레네 시몬, 가룟 유다….’ 복음서는 분명한 지리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정체성은 1세기 팔레스타인 사회에서 각 사람들이 속한 그룹의 종교 사회적 경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필자는 ‘베들레헴에서 엠마오까지’ 신약에 등장하는 지명을 통해 성경 속의 역사와 각종 사건을 풀어썼다. 성경 지명 강해 설교의 개척자인 저자는 지난 2005∼2008년 주일예배에서 구약과 신약에 등장하는 지명 90곳을 골라 설교했다. 구약 1∼3권은 이미 출간했다. 4권 째인 이번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부활까지 4복음서를 다룬다.
이 책은 예수님의 탄생과 성장, 활동의 근거지, 죽음과 부활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지명과 관련된 명화나 지도 등의 다양한 자료는 각각의 사건과 가르침에 입체감을 더한다. 신앙생활을 강조하는 저자의 탁월한 메시지는 성경의 역사를 지명으로 풀어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누리고 지향해야할 영적 가르침의 정수를 뽑아준다.
2004년 기독교대한성결교 모(母) 교회격인 중앙성결교회 담임으로 부임한 그는 이듬해부터 성경 지명 강해 설교를 하면서 해당 사건을 그린 중세·르네상스 이후 명화(名畵)도 활용했다. 사실, 지명에 대한 이야기는 유인책에 불과하다. 실제 내용은 그 장소를 방문해서 느낀 깊은 성찰과 묵상들이다. 거기엔 4대 복음서는 물론, 구약의 수많은 이야기와 사건, 예언자들의 흔적이 살아 숨쉰다.
“예루살렘에 가면 예수님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을 잘 보존하고 있습니다. 그 길은 소위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라고 합니다. 비아(길) 돌로로사(슬픔)는 예수님이 빌라도의 재판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으시고 십자가형을 받을 골고다까지 걸어가신 대락 800m 정도가 됩니다. 무죄한 예수님이 무법하게도 정죄를 받고 사랑하는 어머니, 가족, 제자,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죽음으로 나아가셨으니 충분히 슬픔의 길이라 할 만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이 길을 걸으셨기에 우리에게는 대속의 은혜와 기쁨이 오게 되었습니다.”(356쪽)
윤중식 기자
[책과 영성] 베들레헴·엠마오… 역사의 현장으로 초대
입력 2015-04-25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