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대선전이 본격 점화됐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레임덕은 아직 ‘남 이야기’인 모양이다. 차기 레이스의 압도적 선두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왼쪽 사진) 전 국무장관에게는 지지선언 대신 ‘힐러리노믹스’(힐러리 경제정책)에 대한 견제를 쏟아냈고, ‘후계자’로 지목돼 온 잠룡 엘리자베스 워런(오른쪽 사진) 상원의원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등 민주당 내 파워게임에서 여전한 ‘위세’를 과시했다.
젠 사키 백악관 공보국장은 22일(현지시간) MSNBC방송에 출연해 미국 경제 및 창업 상황이 교착상태라는 클린턴 전 장관의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국가 경제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TPP 협상 등) 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최근 유세에서 “우리는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작은 기업들이 다시 창업하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경제정책을 강조한 바 있다.
사키 국장은 “많은 통계에서 볼 수 있듯 미국 내 작은 기업들은 성장하고 있다. 힐러리와 그의 팀이 무슨 통계를 본 건지 모르겠다”고 직격타를 날렸다.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비판을 통해 현 정부와 ‘선 긋기’에 나선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백악관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클린턴 전 장관이 “(장관 재임기간 동안) TPP 협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데다 당내 진보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 보스를 공격해야 하는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다”면서 “이 싸움이 힐러리를 덫에 걸려들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힐러리와 함께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워런 의원도 오바마 대통령과 TPP 협상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힐러리 대항마’로 꾸준히 거론되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워런 의원을 자신의 ‘후계자’로 여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예외는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TPP가 중산층에 좋지 않다고 생각했으면 처음부터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특히 TPP에 부정적인 워런 의원에 대해 “엘리자베스를 좋아하고 많은 이슈에서 우리는 동지지만 이번 사안에서는 그가 틀렸다”고 대놓고 비판했다.
이에 워런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정부는 ‘내가 틀렸다’고 하고 또 ‘TPP에 대해 걱정할 게 없다’고 말하는데 그럼 왜 국민들이 협상 내용을 볼 수 없냐”면서 “정부가 협상 막바지라며 노동자와 환경, 인권과 관련된 영향에 대해 많은 약속을 하는데 정작 국민은 실제 협상 내용을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레임덕? 오바마에겐 먼 나라 얘기… 경제 실적·TPP 놓고 대권 후보들과 설전
입력 2015-04-24 0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