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 포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SKT 장동현 사장 기자간담회

입력 2015-04-24 02:34 수정 2015-04-24 09:26

“한국 통신사업자의 위치는 존재감마저 위협받는 수준입니다.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차세대 플랫폼 전략으로 고객 니즈(needs)에 집중하겠습니다.”

SK텔레콤 장동현(사진) 사장은 23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전격 선언했다. 장 사장은 차세대 플랫폼 전략을 발표하기에 앞서 ‘맏형 사업자’로서 그간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해왔던 소모적 경쟁에 대한 반성과 위기의식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그는 “고객 입장에서 보면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에서 경쟁하며 변화와 혁신이 부족했다”며 “통신산업 수익률이 하락 국면에 들어서며 과거 차지했던 시장에서 존재감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취임 4개월을 넘긴 장동현호(號) SK텔레콤의 ‘항속’은 더딘 편이다. 기존 통신사업(MNO) 분야에서는 시장점유율이 13년 만에 50% 아래로 떨어지며 고전을 겪고 있는 데다 방송통신위원회 영업정지 제재라는 암초도 있다. 이동통신 산업은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여겨졌지만 가입자가 5800만명에 이르는 등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빼앗고 뺏기는’ 소모적 경쟁을 탈피하곤 성과를 내기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장 사장만의 고민이 아닌 이동통신업계 전반에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 한정된 시장에서 악전고투를 해왔던 것 역시 이통사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사장 역시 “우리뿐 아니라 글로벌 이통사들이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한 경험이 없다”며 “지역 MNO를 인수해서 가입자를 늘려가는 방식은 성공적이지 못했고 이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느린 항속 대신 플랫폼 기업으로 ‘항로’를 다양화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가 제시한 3대 플랫폼 전략은 SK텔레콤 가입자를 중심으로 한 ‘생활가치 플랫폼’ ‘통합 미디어 플랫폼’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이다. 이러한 플랫폼 사업을 바탕으로 SK텔레콤과 관련 회사의 기업가치를 당초 목표인 2020년보다 2년 앞당겨 2018년까지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생활가치 플랫폼은 가입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발굴해 고객 만족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출시해 반려동물 건강관리, 분실 예방 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생활가치 플랫폼 개발을 위해 올 초 ‘T-밸리(Valley)’ 조직을 신설해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패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통합미디어 플랫폼은 기존 SK브로드밴드와 SK플래닛 등에서 담당하던 미디어 영역을 협업해 유·무선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개인별 취향에 맞는 방송인 ‘내로우 캐스팅’ 등이 그 예다. IoT 플랫폼의 경우 스마트홈 등 기존에 하던 영역을 보다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를 발굴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