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국악은 닮은 부분이 많아요. 특히 즉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잘 어울려요.”
유럽에서 활약해온 재즈가수 나윤선(46)이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의 퓨전국악 페스티벌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의 예술감독을 맡았다. 23일 서울 종로구 교보타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재즈와 국악을 접목해 새로운 ‘여우락 페스티벌’을 보여주고 싶다”며 “지난해 한국 대금 연주자와 프랑스 재즈 플루티스트를 연결해줬는데, 둘이서 5시간 동안 잼(즉흥연주)을 하는 것은 물론 공연을 3개나 기획했다. 두 장르가 어울린다는 것을 실감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만난 국악계 분들에게 외국 재즈 뮤지션과의 협업을 제안했더니 단 1초도 주저하지 않고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나윤선은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주인공으로 데뷔했지만 이듬해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유럽 최초의 재즈학교 ‘CIM’에서 공부한 뒤 2001년 데뷔 앨범을 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캐나다의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등 유수의 국제 재즈 페스티벌에 초청받으며 명성을 쌓았다. 2013년 프랑스 샤틀레이 극장에서 단독 공연을 열어 전석 매진과 함께 15분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2010년 시작돼 6회째를 맞는 여우락 페스티벌은 한국음악에 뿌리를 두면서도 해외를 겨냥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주로 무대를 제공해 왔다. 지난 3년은 재일교포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나윤선 예술감독 취임은 안 극장장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다.
나윤선은 “올해는 재충전과 공부를 위해 공연 투어 일정을 거의 잡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새로운 발성과 테크닉을 위해 국악을 공부하려고 했는데, 안 극장장님이 마침 예술감독을 권유하셨다”며 “국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여러 차례 거절하다가 ‘마음대로 해보라’는 안 극장장의 말에 마음이 돌아섰다. 아티스트들 간의 만남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 극장장은 “나 감독이 여우락 페스티벌을 세련되게 만들 것”이라며 “나 감독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악을 해외에 알릴 기회도 좀 더 생길 것 같다”고 기대했다.
나윤선이 직접 프로그램을 짠 여우락 페스티벌은 7월 1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을 비롯해 국내 국악 아티스트들과 해외 재즈 아티스트들의 협업 무대가 준비돼 있다. 그도 직접 무대에 설 예정이다. 고은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해외에서 재즈풍으로 편곡해 인기를 모았던 ‘아리랑’도 들려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즉흥 연주 가능한 재즈와 국악 많이 닮았지요”
입력 2015-04-24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