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면서 일본의 20년 전 불황 초입 당시의 경제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위기론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3일 발표한 ‘한국경제 3% 성장, 위기 징후’ 보고서를 통해 한국경제가 2011년부터 세계 평균에 미달하는 2∼3%대 저성장에 갇혀 경제 기초체력이 많이 손상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 각 분야에서 저성장 위기의 10가지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민간소비 측면에서는 2012년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가 0∼1%로 낮아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올랐는데 소비 성향은 하락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꼽았다. 총 소비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고소득층(소득 상위 20%)의 최근 5년간 소비증가율은 연 3.1%에 그쳤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60세 이상 고령층의 소득과 취업이 늘어도 소비 성향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투자도 부진하고 질도 저하되고 있다. GDP 대비 총투자증가율은 1996년 43.5%로 정점을 찍은 후 2014년 28.9%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설비투자 성격을 들여다보면 ‘생산능력 확충’ 투자 비중은 2010∼2015년 7.1% 포인트 감소하는 반면 현상유지 성격의 ‘유지보수’는 3.7% 포인트 늘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개발(R&D) 비중도 반도체·전자·자동차 3개 산업에 3분의 2가 집중돼 있다.
국가부채 급증도 우리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 1997년 60조3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2014년 527조원으로 불어났다. 국가채무에 공공기관·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한 공공부채는 지난해 말 1209조원에 이르렀다. 국가의 재정 건전성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 해 동안 정부 수입과 지출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2021년부터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외에도 신산업이 태동해 주력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정체 현상이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고, 수출 기업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됐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한국경제가 추락하는 모습은 일본의 20년 전 불황 초입과 꼭 닮았다”며 “신산업·신시장 창출, 노동시장 효율성 향상 등 근본적인 경제체질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길 잃은 한국경제] 20년 전 ‘불황 초입’ 일본 닮아간다… 전경련 ‘10가지 위기 징후’ 진단
입력 2015-04-24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