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特別赦免·특사)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노무현정부 때 사면의 실질적 주체가 누구냐는 진실게임이다. 성 전 회장은 2005년 5월, 2007년 12월 두 차례 사면을 받았다. 첫 번째는 자민련에 16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지 9개월 만에, 두 번째는 행담도 개발 사업과 관련해 시공권을 대가로 관계자에게 120억원을 빌려준 배임증재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이 중 정권교체기에 이뤄진 두 번째 사면이 논란의 대상이다. 새누리당은 노무현정부 임기 말 청와대가 법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 전 회장을 막판에 끼워넣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진실은 분명 하나인데 주장은 둘이다. 어느 한쪽이 잘못된 사실에 기초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정부 탄생에 핵심적 역할을 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얘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당시 인수위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과 공천을 특별히 챙겼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 단계에서 사실로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박근혜정부 권력실세 8명의 이름이 적힌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새누리당이 이 문제를 쟁점화하는 것은 정부·여당에 쏠린 비난의 화살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사안의 본질은 성완종 리스트의 사실 여부를 밝히는 일이다. 누가 성 전 회장을 사면했는가는 이 사건 핵심과 동떨어진 곁가지 중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사면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의 불법행위가 드러났다면 또 모르지만 그러지도 않았는데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다.
누구 말이 맞는지 밝히는 일은 굳이 번거로운 국정조사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시 사면업무 관계자들과 관련 문서들을 조사하면 금세 진실이 드러난다.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사면 과정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국정조사를 거론하기에 앞서 이 같은 손쉬운 방법부터 강구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사면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는 법무부의 태도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감출 게 없으면 도대체 그럴 까닭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야당 주장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여당 주장이 맞는다면 진작 입장 표명을 했을 법한데 하지 않는 걸 보면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듯하다. 새누리당은 성역 없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국민 앞에 다짐했다. 이 다짐이 허언이 아니라면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주의·주장이나 행동을 삼가야 마땅하다.
‘성완종 特赦’ 쟁점화는 主客 바꾸려는 것
입력 2015-04-24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