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종 “한미군사훈련 하루 중단” 자화자찬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종(55)씨가 법정에서 “자랑은 아니지만 저 때문에 군사훈련이 하루라도 중단돼 많은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된 점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일종의 퍼포먼스였지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김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김동아) 심리로 23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분단 70년을 맞아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한·미 합동군사훈련 때문에 갑자기 중단됐다”고 했다. 이어 “내일 모레 훈련이 끝나는데 (훈련을 하루 중단시켜)　보람차다고 했다가 검사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군사훈련으로 얼마나 많은 사건이 발생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을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김씨는 1980년쯤 글라이스틴 당시 주한 미국대사에게 대금을 가르쳐 준 일도 있다”며 “반미활동을 시작한 건 최근이고 단지 민족주의자로서 반감을 가졌던 것이지 북한과 연계는 없었다”고 밝혔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강연회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와 외교사절 폭행 혐의는 인정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김씨는 푸른 수의에 휠체어를 타고 입장했다. 방청석을 둘러보는 등 여유도 보였다. 재판장이 “다리가 많이 불편하냐”고 묻자 “깁스를 아직 못 풀었다”고 답했다. 리퍼트 대사에게 사과를 하거나 범행을 반성하는 발언은 없었다.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