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친일행적 밝혀진 독립운동가 서훈취소 적법”

입력 2015-04-24 02:42
친일행적이 뒤늦게 밝혀져 독립유공자에게 수여된 서훈을 취소한 정부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친일행적이 드러난 경우는 서훈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3일 이항발씨 후손이 “서훈 취소는 부당하다”며 국가보훈처와 대통령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는 일제시대 독립군 자금을 모으고, 일제를 비판하는 강연을 하는 등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광복 후에는 제헌국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정부는 공로를 인정해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다.

그러나 이씨가 1936년 일제 식민정책에 협력한 백악회 창립총회에 참석하는 등 친일로 전향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이씨 이름을 올렸고, 2011년 정부는 서훈을 취소했다. 이에 후손들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새로 밝혀졌고, 그 사실이 수여 때 밝혀졌더라면 공적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서훈 수여는 대상자의 일정한 공적기간 동안의 행적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이뤄진다. 때문에 나중에 확인된 친일행적도 평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판결은 같은 취지로 제기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하급심 법원은 비슷한 소송에서 엇갈린 판결을 내려 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원심인 서울고법 행정4부는 이항발씨와 김우현씨의 후손들이 낸 소송에서 서훈 취소 사유를 인정하며 각하 결정을 내렸었다. 반면 같은 법원의 행정11부는 친일행적으로 서훈 취소 결정을 받은 박성행씨 후손들이 낸 소송에서 2012년 ‘취소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 엇갈렸던 ‘서훈공적이 거짓임이 판명된 경우’의 의미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