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중심은 국왕이 조회를 하고 의식을 치르는 근정전이다. 그 북쪽에 정사를 보는 사정전이 있고, 연이어 왕과 왕비의 침전인 대전과 중전이 있다. 국사를 논하는 대궐에는 수많은 신하가 들어오고, 일하는 사람도 많다. 매일 대전과 중전에 올리는 수라상을 비롯해 밥상을 차려야 한다. 왕실 어른의 잔치도 빈번하게 열린다. 수라간과 소주방(燒廚房)이 바쁘지 않을 수 없다. 경복궁 소주방은 대전의 동쪽이면서 동궁 북쪽의 넓은 공간에 위치했다. 대전 지붕 건너 경회루가 보이는 소주방은 조리에 편하게 구성했다. 긴 회랑에 창고를 드리우고, 넉넉한 사각 건물에 여러 방을 배치해 많은 일꾼이 들어차 일하게 했다. 수라상은 내소주방에서 장만했고, 고사 음식은 외소주방에서 만들었다. 별식인 다식과 죽은 생물방(生物房)에서 준비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2차 복원사업으로 준공한 소주방을 다음 달 2일 공개한다. 외국 주요 궁전에 가면 대형 부엌과 왕실 사용 식기류가 전시된다. 경복궁에도 상궁과 나인들이 분주히 일하던 왕실 부엌을 이제야 갖게 되었다. 한류 드라마 ‘대장금’의 일터를 실제로 보는 ‘소주방, 백년의 문을 열다’ 개관식은 2일 오후 2시에 시작하고, 창작무용극 ‘장금이의 하루’도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궁중 병과, 궁중 잔치음식, 수라상도 소주방 안에서 전시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100년만의 개방, 경복궁 소주방
입력 2015-04-24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