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신달자] 입버릇의 힘

입력 2015-04-24 02:32

세상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분자나 원자가 아니라 ‘말’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한 마디 말이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을 이해한 지 오래지만 실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 안에 저장되고 그것이 미량으로 쌓이면서 힘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믿는다. 자주 하는 말은 너무 친해져서 내가 되고 만다는 것을 말이다.

불평이나 욕, 험담이 일상화되면 그 사람의 몸에 독이 쌓인다는 논리는 그래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내 딴에는 오래 국민일보 원고를 썼다. 일주일에 한 번이니 짧지 않은 틈새였다. 마음으로 언제나 ‘국민일보 원고’를 되뇌며 살았다. 그러다보니 국민일보가 내 안에 살았다는 생각을 했다. 뭘 쓸까? 그 뒤에는 국민일보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늘 생각하고 쓰고 생각하다보면 다시 써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곤 했던 것이다.

원고가 다 좋았다면 더 좋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꼭 써야 하는 그 지속성은 나에게 하나의 습관과 새로운 약속의 성실을 내 가슴에 남겼다고 나는 생각한다. 딸이 전화를 해 오면 “국민일보 원고 쓰는 중이야”라고 했던 그 말은 아마도 게으르게 눕고 싶었던 심리를 일으켜 세운 힘이 되었을 것이다. 욕은 뇌에 대량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지독한 독을 만들지만 그 반대는 늘 우리를 일어서게 하고 웃음을 만들어내는 엔도르핀으로 변신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다고 말하는지 모른다.

기도나 소망을 침묵으로 하지 않고 소리 낼때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나는 믿지 않았다. 절대자는 다 아시는 분이니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리 낸다는 것, 그것은 더 빠르게 전달되는 영적인 힘을 일으키는 것을 믿는다. 소리에는 인간이 해석할 수 없는 힘이 존재한다. 좋은 말, 유쾌한 인사, 덕담은 소리 낼 필요가 있다. 소리는 목적 달성의 힘이 있다.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은 바로 내 의식의 무늬를 만든다. 마지막 원고라 국민일보를 한 번 더 소리 내어 불러보고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