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허블 우주 망원경 25년

입력 2015-04-24 02:10

망원경은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 제조업자인 한스 리퍼셰이가 발명했다. 어느 날 그는 오목렌즈 하나를 눈 가까이에 대고, 또 다른 오목렌즈를 팔을 뻗어서 들고 있었는데 교회 탑이 크게 보이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집으로 달려온 그는 손으로 들고 있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긴 통의 앞뒤 끝에 두 렌즈를 고정했다. 인류 최초의 망원경은 그렇게 탄생했다.

리퍼셰이가 망원경을 발명했다는 소식은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도 전해졌다. 1년 뒤 갈릴레이는 망원경을 직접 만들었다. 리퍼셰이의 망원경이 물체를 3배 확대하는 데 그쳤지만 갈릴레이의 망원경은 물체를 20배 정도 크게 보여줬다. 수년간의 우주 관측을 통해 그는 태양계의 중심이 지구가 아닌 태양이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입증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렌즈가 커지면서 천문학은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과학자 라이먼 스피처는 1946년 “망원경을 우주로 보내면 선명하게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44년이 흐른 1990년 4월 2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디스커버리호에 버스 크기의 망원경을 실어 우주로 보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최초로 발견한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바로 ‘허블 우주 망원경’이다.

스피처의 예측은 정확했다. 렌즈 직경 2.4m인 이 망원경은 지상의 직경 10m 렌즈 망원경보다도 선명했고, 최대 10억 광년(빛이 10억년 가는 거리·약 9조4607억㎞)까지 내다봤다. 외계 은하, 블랙홀 등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수많은 장면을 찍어냈다. 지금까지 지구로 보내온 사진만도 150만장이 넘는다. 혁혁한 공을 세운 허블 우주 망원경이 24일로 발사된 지 25주년을 맞는다. 610㎞ 상공을 돌고 있는 ‘우주를 보는 지구의 눈’이 또 어떤 신비를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3년 뒤 수명을 다해 지구로 추락하는 그날까지 말이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