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살해협박 그냥 풀어준 경찰

입력 2015-04-23 02:32 수정 2015-04-23 13:32
경찰이 여성을 살해 협박한 남성을 무혐의 처리하면서 별다른 조치 없이 석방했다. 보복 등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혐의 적용 여부를 재검토키로 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년 동안 따라다니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 혐의(주거침입과 협박)로 체포한 김모(56)씨를 무혐의 처분했다고 22일 밝혔다. 당초 김씨는 지난 20일 밤 10시쯤 송파구 잠실동 30대 여성 A씨의 집에서 행패를 부리며 "눈을 쑤셔버리겠다"고 위협한 혐의를 받았다. 만취한 그는 "감방에 가도 안 무섭다. 옛날 같았으면 벌써 죽여 버렸다"고 협박했다. 김씨는 2013년 5월쯤 보호사로 근무하던 병원에 입원해 있던 A씨를 처음 만났다.

위협을 느낀 A씨는 김씨 눈을 피해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다급한 목소리로 "때릴 듯이 위협하는데 너무 무섭다. 경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서울지방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은 전했다. A씨가 통화하는 것을 눈치 챈 김씨는 전화기를 빼앗아 "어디 파출소냐. 어디 지구대냐"라고 다그치듯 물었다. 상황실 관계자는 "누님 바꿔 달라"며 A씨 동생인 척 둘러댔다. 김씨는 2분여 뒤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거칠게 저항하다 체포됐다.

정작 김씨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경찰은 "다시 찾아가지 않겠다"는 김씨 말을 믿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결과 두 사람이 가깝게 지내왔고 김씨는 전날 A씨 집에 와서 하룻밤을 잔 상태였다"며 "협박 혐의가 약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적절치 못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피의자 진술을 다시 받아 협박 부분은 혐의 유무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