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核연료 관리 한국 자율 대폭 보장… 한·미 원자력협정 4년6개월만에 타결

입력 2015-04-23 02:33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협력대사(오른쪽)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가서명한 원자력협정 문서를 교환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넓혀가는 한국형 원자력발전 기술 수출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주 기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이 4년6개월여 만에 타결됐다. ‘불평등 조약’ 논란을 빚은 기존 협정이 42년 만에 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연구·개발 및 수출에서 상당 수준의 자율성을 보장받게 됐다.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오후 외교부청사에서 새 원자력협정에 가서명했다. 한·미 양국은 각각 정부와 의회의 내부 검토, 승인을 거쳐 조만간 협정을 발효할 예정이다.

협상의 중점사항이었던 사용후 핵연료 관리 문제에서 새 협정은 한국이 중간저장, 재처리 및 재활용, 영구처분, 해외 위탁 재처리 등 어떤 것을 선택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가 상당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골드 스탠더드’로 알려진 핵연료 농축·재처리 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이에 따라 ‘조사후 시험’(방사성 물질의 특성 확인 실험)과 ‘전해환원’(파이로프로세싱의 전반부 공정) 등 원자력 관련 연구·개발 활동 또한 국내 시설에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핵심 사안인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과 관련해선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간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합의하도록만 규정해 일부 제한 여지를 남겼다.

한·미 간 합의를 통해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미국이 원전연료 공급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미국이 맺은 원자력협정으로는 처음으로 차관급 협의체인 ‘고위급위원회’를 제도화해 양국 간 원자력 문제 전반을 상시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파이로프로세싱 및 핵연료 저농축 관련 사안도 이 협의체에서 논의된다.

중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의 실질적 국익이 최대한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40여년 전에 체결된 현행 협정을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협정으로 대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