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타결] 협정 문제점은… ‘반쪽 자율’ ‘미완 협정’ 부정적 평가도

입력 2015-04-23 02:05

우리 정부와 미국의 입장이 절충된 새 한·미 원자력협정은 민감한 사안을 모두 ‘미래 시점’과 ‘고위급 위원회’에 위임해 핵 주권 논란을 피하려 한 것으로 여겨진다. 원전산업 발전을 추구하는 한국의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됐지만 완전한 형태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협상 목표였던 사용후 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증진에서 진일보했다는 긍정적 평가 일색이다. 지금의 협정이 우리 의무만 일방적으로 담았던 데 비해 새 협정은 원전 수출국이라는 위상에 맞게 서로 간 동등한 권리를 보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일본처럼 ‘포괄적 사전 동의’를 확보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불평등한’ 핵 협정이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연구 활동은 자율적 진행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주요 부분은 반드시 미국과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고도 자체 판단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를 농축하거나 재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또 기존 협정에는 명시적으로 들어 있지 않았던 핵물질 농축 문제가 이번에는 세세하게 포함되면서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새롭게 규제받는 대상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차관급 한·미 간 정부위원회 사전 협의를 할 경우 가능하다’는 규정이 거꾸로 ‘반드시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서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이 일본과 원자력협정을 개정했던 1988년과 현재 상황이 180도 다르다는 설명을 내놓는다. 냉전시대였던 당시에 미국은 안보동맹국이던 일본의 핵 비확산에 다소 느슨했던 반면 지금은 미국이 강력한 비확산 정책 기조 하에서 우리 정부와의 협상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협정에 수차례 ‘골드 스탠더드’를 포함시키려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용후 핵연료 개발 연구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핵연료 건식 재처리 기술)을 미국으로부터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미완의 협정’이란 부정적 평가가 나올 만하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 핵연료를 다시 500도 이상의 고온을 가해 우라늄을 회수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 기술의 직전 단계인 ‘전해환원’까지만 동의를 해줬다. 파이로프로세싱에서 일부 핵무기급 핵물질이 추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에 아직 농축시설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가질 수 없는 제한적 의미라는 분석이다. 저농축·파이로프로세싱 추진을 위한 ‘기준과 절차’가 제약장치로 작동할 수도 있다.

때문에 한·미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문제라는 어려운 숙제를 다시 뒤로 미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