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사교육비 3조 2000억… 지난해 1년 새 5874억 늘어

입력 2015-04-23 02:28

경기도 동탄신도시에 사는 ‘직장맘’ 최모(35)씨는 일곱 살 아이의 영어 놀이학원비로 매달 100만원씩 지출한다. 전에 살던 부천에선 70만원대였지만 이곳에서는 같은 가격으로는 마음에 드는 학원을 찾을 수 없었다. 최씨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뒤떨어질까봐 불안해서 영어학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주부 김모(31)씨는 홈쇼핑에서 30만원을 주고 다섯 살 아이의 영어교재를 구입했다. 김씨는 이 영어책 등으로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아이가 그림을 좋아하고 영어를 곧잘 따라하지만 “정말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영·유아에게 들어간 사교육비가 3조228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보다 5874억원이나 늘었다.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이 부모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학원 등 사교육업체의 ‘불안마케팅’이 이 틈을 파고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 교육·보육비용 추정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유아(만 3∼5세) 사교육비는 2조713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대비 26.6% 증가한 수치다. 영아(만 0∼2세) 사교육비는 5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었다.

영·유아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10만8400원으로 2013년보다 2만9500원 증가했다. 영아는 1800원, 유아는 3만8700원 늘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000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취학 아동의 사교육비가 초·중·고 학생보다 10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누리과정 도입으로 국고 지원을 받는 유치원·어린이집에서도 사교육비가 나가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특별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는 각각 67.1%, 76.7%였다. 특별활동은 대부분 영어(62.8%)에 집중돼 있다. 학부모들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유치원 7만4800원, 어린이집 5만6000원이었다. 초등학생들이 방과후 학교에 내는 돈은 2만3000원이다.

유아 영어학원 등 유사 보육·교육기관에 다니는 아동은 2.6%로 2013년(1.3%)에 비해 배 증가했다. 이런 기관을 이용하는 아동의 절반 이상(54.3%)은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유아 영어학원비는 평균 97만4300원이었다.

연구소는 전국을 100개 조사구로 나눠 영·유아가 있는 2509가구를 표본 조사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미취학 아동에게 지출되는 사교육비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특별활동을 제한하고 유아 영어학원에 대한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