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강원도 춘천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 군견교육대에서 만난 진예나(12)양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자신과 몸집이 비슷한데다 온 몸이 검은 털로 뒤덮인 큰 개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견이 꼬리를 치자 예나양의 얼굴엔 긴장감이 사라지고 웃음꽃이 피었다. 군견인 리트리버 종 ‘우레’를 진양이 가족으로 맞이하는 순간이다. 진양은 “큰 몸집의 반려견을 정말로 키우고 싶었는데 군견을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에게 떼를 써 왔다”면서 “빨리 서울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 군견교육대는 창설된 지 49년 만에 처음으로 민간인에게 군견을 무상 양도했다.
은퇴 군견은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2013년 1월 전에는 의학 실습용으로 기증하거나 안락사 시켰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군견에 대한 동물실험이 금지되면서 군견교육대 등지에서 현역 군견과 함께 관리하고 있다. 이어 지난 1월 군수품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민간인에게 무상 양도가 가능해졌다.
이날 행사에는 그동안 수색·추적·경계·탐지 등 4가지 작전을 수행해 온 작전견 중 임무를 마친 1∼12년차 군견 34마리가 새 주인을 만났다. 첫 무상 양도에는 심사를 통해 선정된 50명 가운데 34명이 참가해 군견을 인도받았다.
서보현 군견교육대 대대장은 “국가에 충성을 다한 은퇴 군견들이 새 주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자리라 감회가 새롭다”면서 “군견들이 남은 생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북 영동에서 온 정동용(52)·조영진(48·여)씨 부부는 “6년 전 정성들여 키워온 셰퍼드가 사라져버린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분양을 신청하게 됐다”면서 “비록 같은 반려견은 아니지만 그 기억을 잊도록 도와줄 것 같아 분양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하다가 퇴역한 군견인 만큼 가족처럼 아껴주고 사랑해주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육군은 매 분기별 10마리 안팎의 퇴역 군견을 민간에 무상 양도할 방침이다. 현재 군견교육대는 181마리의 군견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1마리가 퇴역을 준비하고 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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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다한 군견, 반려견 맞아 기뻐요”… 심사 통과한 34명 분양 받아
입력 2015-04-23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