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가 투자 양해각서 체결한 ‘프라하의 골드’ 세계적 맥주 생산기업이라더니 정관엔 ‘임대업’

입력 2015-04-23 02:07

농림축산식품부가 세계적인 맥주 생산 기업이라며 ‘국가식품클러스터’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유령회사로 밝혀진 체코 ‘프라하의 골드’는 정관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국민일보 4월 22일자 1면 보도).

국민일보가 입수한 프라하의 골드 운영 정관을 분석해보면 이 회사는 사업 영역을 생산·서비스·유통업과 동산·부동산 임대업으로 명시했다. 농식품부 주장대로 맥주 생산 업체라면 주류업으로 구체화돼 있어야 했지만 정관 어디에도 맥주와 관련된 사업을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한국에 77억원을 투자하겠다는 프라하의 골드 자본금은 200만 코루나(약 90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회사 소재지는 ‘프라하’라고만 적혀 있었다. 프라하 어디에 사무실이 있는지 정관상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정관을 분석한 한국외국어대 송순섭 체코어과 교수는 22일 “사업 내용 등 여러 부분이 구체적으로 씌어 있지 않아 제대로 된 회사라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이어 “프라하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했지만 프라하가 아닌 체코의 시골 마을에 있는 공증 사무실에서 공증을 받은 점도 의심스럽고 회사 이름인 ‘골드 오브 프라하’도 체코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22일 해명자료를 통해 여전히 프라하의 골드는 유령회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농식품부는 “프라하의 골드는 설립행위(정관 공증)를 완료하고 법원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국회와 국민일보에 “법원에 등록된 정식 법인”이라고 답변하더니 슬그머니 말을 바꾼 것이다. 농식품부는 프라하의 골드 모회사가 투자전문회사 프락시파이낸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근거는 프라하의 골드가 만든 회사 브로셔(선전물)뿐이었다. 또 주체코 한국대사관으로부터 프라하의 골드 추천서를 받아 믿고 MOU를 맺었다고 주장했지만 문하영 주체코 대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런 추천서를 보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