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여권 내부의 헤게모니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권을 주도하던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위축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힘이 쏠리는 형국이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레이스에서도 당분간 김 대표의 독주가 예상된다.
여권은 그동안 친박 세력과 김 대표 간 ‘힘의 균형’을 통해 움직였다. 하지만 ‘성완종 메모’에 적힌 8명의 여권 실세 중 7명이 친박 인사들이다. 진실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친박 인사들이 논란의 대상으로 부상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김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 핵폭풍에서 자유롭다. 그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정국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여권 권력의 추가 김 대표에게 서서히 넘어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우선 당청 관계의 변화다.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의 독대 회동은 상징성이 크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그동안 수직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당청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내 역학 관계도 많이 달라졌다. 친박 실세들이 ‘성완종 리스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당 운영에 제동을 걸던 친박 의원들의 움직임도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여전히 신중하다. 그는 4·29 재·보궐 선거가 열리는 인천 강화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민의를 겸허히 수렴한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총리의 결단 과정에 ‘당에서 청와대로 전화를 했다’ 이렇게 엉터리 기사들이 나오는데,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이 총리 사의 표명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발언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경쟁에서 김 대표 독주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김 대표는 무려 40주째 여권의 차기 대권 후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대권 가도의 잠재적인 라이벌로 평가됐던 이완구 국무총리는 치명상을 입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4·29재보선은 김 대표의 첫 시험대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김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에 포함된 여권 잠룡들의 이탈 지지층을 흡수했다”면서 “4·29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0대 4로 참패하지 않는 한 김 대표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여권의 축으로 너무 일찍 부상(浮上)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야당과 여당 내부의 친박들이 일제히 김 대표를 겨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여권의 실책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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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3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