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거장들이 눈물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장수상회’의 강제규 감독과 ‘화장’의 임권택 감독이 주인공입니다.
거장이라는 명성에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어서 기대도 컸죠. 그러나 개봉 2주일, 흥행성적은 초라합니다. 성적표를 볼까요. 지난 9일 개봉한 ‘장수상회’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누적관객 86만6195명(21일 기준)입니다. 강 감독이 만든 영화 중 최악이죠. 박스오피스 2위라지만 강 감독은 속이 말이 아닐 겁니다.
‘마이웨이’(2011년·214만명) 참패 이후 절치부심해 내놓은 작품인 데다 블록버스터 대신 중년의 사랑으로 승부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박근형, 윤여정, 조진웅, 한지민, 찬열 등 신·구 스타를 모았지만 관객은 모으지 못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100만도 어렵다는 예상이 나올 정도입니다.
‘화장’의 성적표는 더 초라합니다. 소설가 김훈의 원작을 안성기, 김호정, 김규리 등 실력파 배우들이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누적관객 12만2338명에 그쳤죠. ‘화장’은 죽어가는 아내와 젊은 여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중년 남성의 고뇌를 그린 임 감독의 102번째 작품입니다. 여배우 전라노출 등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작품성도 인정받았지만 관객에게는 외면당했습니다. 다양성 영화 1위를 기록하며 예술영화관으로 상영이 확대되는 게 다행이랄까요?
‘장수상회’와 ‘화장’이 23일 개봉하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융단폭격을 피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어벤져스2의 예매율은 이미 94%를 넘었습니다. 흥행은 끝났다는 파장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두 거장의 흥행 참패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론가들은 그저 그런 실버영화로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안일함을 꼽습니다. 지난해부터 관객들은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가슴을 울리는 영화를 계속 접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흥행 주도세력인 젊은층에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점도 한몫합니다. “비슷한 소재라도 내가 만들면 다르다”라는 일방통행식 생각으로는 젊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거장’도 이름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뜻밖의 성적표를 받아든 거장들. 아쉽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작품성뿐 아니라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친절한 쿡기자] 연기파 총출동, 작품성 호평 속에도… 트렌드 못읽은 ‘거장 영화’ 흥행 참패
입력 2015-04-23 0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