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예상대로였다. 홍콩 정부가 22일 2017년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제도 최종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의결한 방안에서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전인대 선거안은 큰 틀에서는 현재의 간접선거를 직접선거로 바꾸는 것이었지만 민주파 후보의 입후보를 사실상 제한하는 장치를 두면서 지난해 가을 ‘우산혁명’으로 불렸던 홍콩 시민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켰다.
캐리 람 정무사장(총리)은 이날 입법회(국회 격)에 출석, 전인대 선거안을 토대로 지난 1∼3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마련된 ‘행정장관 보통선거 방법 자문보고 및 방안’을 보고했다. 람 사장은 88회의 자문회의 및 공청회와 13만여건의 서면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는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1200명으로 구성된 행정장관 지명위원회에서 최소 120명, 최대 240명의 추천을 받아야 예비후보 자격이 주어진다. 5∼10명의 예비후보 중 지명위원들의 복수 투표를 통해 50% 이상의 득표를 얻은 상위 2∼3명이 최종 행정장관 선거에 나설 수 있다. 행정장관 선거는 직접·보통선거로 치러지고 다수 득표자가 당선된다.
문제는 임기 5년인 지명위원들이 대부분 친중국파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민주파 인사들이 이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설령 예비후보가 돼도 최종후보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홍콩 시민들과 민주파 의원들이 ‘무늬만 민주선거’라고 비판해온 이유다.
렁춘잉 행정장관은 람 사장 발표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2017년 선거에서 1인 1표제(직접선거) 도입은 홍콩인뿐만 아니라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의 바람이기도 하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선거개혁과 관련한 새 진전이 이뤄지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야당은 벌써부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입법회 전체 의원 70명 중 범민주파 27명은 노란색 엑스(X) 마크가 찍힌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입법회에 출석했다가 람 사장이 보고하는 동안 일제히 퇴장했다. 범민주파인 앨런 렁 공민당 주석은 “오늘부터 정부안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겠다”며 “정부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회 밖에선 일부 시민들이 지난해 민주화 시위의 상징인 노란 우산을 든 채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들도 23일부터 시민 상대의 여론조사 활동을 벌이는 등 행동에 나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정부안이 입법회를 통과하려면 전체 70명 중 3분의 2이상(최소 47명)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로선 친중파 의원이 43명에 불과해 통과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람 사장은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렁 행정장관은 통과를 확신하고 있다. 홍콩 정가에서는 일부 민주파 입법 위원들이 찬성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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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선거제도 발표] 행정장관 선거 결국 中 뜻대로… 홍콩 ‘노란 우산’ 다시 펴다
입력 2015-04-23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