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과 함께하는 마을학교 ‘꿈틀’ 경기도 시흥에 오픈… 내·외국인들 ‘통합의 산실’ 된다

입력 2015-04-23 02:49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울타리 없는 마을학교’가 22일 개소식을 가졌다. 필리핀 출신 ‘영어 담당’ 아이린 선생님(맨 오른쪽)과 미셸 선생님(맨 왼쪽)이 아이들과 다정스럽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마을학교가 조금 낯설어요. 그렇지만 예쁜 선생님과 같은 학교 친구들이 있어 금방 좋아질 것 같아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한 초등학교 2학년인 정은(가명·9·여)이는 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중국인이다. 아빠와 엄마는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데다 엄마는 아직도 한국어가 서툴러 학교 숙제와 준비물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가정형편도 좋지 않아 학원도 다닐 수 없다. 이런 정은이에게 안성맞춤인 마을학교가 생겼다.

경기도는 다문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22일 이곳에 ‘울타리 없는 마을학교 꿈틀’(이하 꿈틀) 문을 열었다.

꿈틀은 꿈을 담은 틀이라는 의미로 마을학교에서 아이들이 꿈틀꿈틀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꿈틀은 정은이와 같은 다문화 가정 또는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에게 방과후 학습을 지도해 주는 곳이다.

정왕동은 대표적인 외국인 밀집지역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 서비스 방안을 찾고 있던 지역주민들은 시흥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대표 차선화)와 함께 지난 1월 경기도가 추진하는 다문화 마을공동체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때마침 지역상인회 중심의 주민들은 2011년부터 시흥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옆 상가건물에 결식아동 급식시설 ‘3사랑(관심·나눔·화합) 밥터’를 운영하고 있어 이곳을 아이들을 위한 교육장소로 활용키로 했다.

꿈틀 선생님은 지역주민인 결혼이민자와 은퇴한 자원봉사자들로 외국어와 학습지도를 담당하며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전국 최초로 다문화학급을 설치했던 전 시흥초교 교장 정팔기(65) 선생님은 “다문화학급 운영을 하면서 아이들이 매우 어려워하고 생소한 느낌을 가지는 것을 많이 봤다. 다문화 교육과 관심이 지금 꼭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결혼이민을 온 지 7년이 된 아이린(34·여) 선생님은 “알파벳, 노래, 활동 중심으로 영어 스피킹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엄마의 마음으로 보듬어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꿈틀 선생님은 정 선생님과 아이린 선생님을 포함해 총 6명이다. 중국에서 온 려건형, 권보화 선생님이 중국어를, 필리핀에서 온 아이린, 미셸 선생님은 영어를, 학습지도는 임정애 선생님이 맡는다.

경기도는 지난 1월부터 새로운 형태의 다문화 마을공동체 사업을 실시키로 하고 올해 총 26개의 다문화 마을공동체 사업을 선정했다. 도는 1개 사업당 200만∼1500만원 총 2억원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꿈틀은 올해 경기도에서 1300만원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시흥=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