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 수가 급증하는 배경에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몰락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21일(현지시간)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면서 리비아 내 정치상황이 불안정해지고 IS가 아프리카 북부 지역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난민들의 유럽행 밀항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내전과 기아 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난민들이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며 유럽으로 건너온 것은 오래전부터 있어온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민들이 더욱 고통받는 동시에 국경 관리가 허술해졌다는 것이 CSM의 분석이다. 카다피는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과 난민 통제 문제를 협의하고 리비아 항구들에 수용소와 전망대를 세워 난민들이 밀항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지중해를 건넌 난민들의 출신 국가가 시리아, 에리트레아, 사하라 이남 국가, 아프가니스탄 순으로 많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리비아에서 밀항에 대기하는 최대 100만명은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고 있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도 없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이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한 밀입국 조직망 소탕 군사작전이 사실상 성공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아프리카 여러 국가에 거미줄처럼 뻗쳐 있는 밀입국 조직망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밀입국 조직의 수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차라리 재정난을 겪는 리비아 해양경비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리비아에 안정을 가져오거나 밀입국 조직들의 선박을 고갈시키는 데 더 많은 일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BBC방송은 한 이집트인 밀입국 조직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중해 밀입국 거래 규모는 연간 3억 유로(약 3400억원)에서 6억 유로(약 7000억원) 사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18일 난민선 전복 사고로 최대 100명의 어린이가 사망했을 수 있으며 그중 60명은 보호자 없이 승선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선장이 술에 취해 대마초를 피우고 있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지중해 난민 몰살, 리비아 전 독재자 카다피 몰락 탓”
입력 2015-04-23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