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돼서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필리핀 내) 무슬림 세력으로 고통 받는 크리스천의 인권을 보호해주고 싶어요.”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구 을지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 음식점에서 만난 메리 그레이스(15)양은 야무지게 자신의 꿈을 말했다. 옆에 있던 크리스말린 왓틸(15)양은 음악으로 다른 사람을 축복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한류 스타를 묻자 약속이나 한 듯 한목소리로 “배우 이민호”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필리핀 루손섬 서북부 아브라(Abra)의 루바(Luba) 지역에서 온 이들은 박성호(59) 목사가 필리핀의 다음세대를 위해 조직한 COVA(Children Of Vision & Action)국제선교회에서 10년간 후원받으며 공부하고 있다. 메리의 어머니는 일찍 숨졌고, 크리스말린의 어머니는 외국에서 일해 둘 다 외로움 속에 자랐다. 가정형편도 열악했지만 박 대표와 사역자들의 사랑과 헌신에 힘입어 신앙을 갖고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11일 선교회가 후원하는 4명의 청소년 및 현지 교사, 동역자들과 함께 귀국해 20일까지 한국에 머물렀다. 박 대표는 이번 방문 목적에 대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서울 경복궁과 전쟁기념관,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천안 독립기념관 등을 방문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 18일에는 경기도 군포시 고산로 군포평생학습원에서 ‘희망나눔콘서트-Thank you’에 참여해 각자 드럼과 키보드, 일렉·어쿠스틱 기타 등을 연주하며 갈고닦은 솜씨를 선보였다.
박 대표는 아이들의 한국 방문을 준비하면서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는 데만 10개월이 걸리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출생·결혼 신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폐쇄적인 오지여서 외국에 나가려면 모든 서류를 처음부터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권 발급을 위해 부모의 결혼계약서까지 제출해야 했을 정도다.
1988년부터 필리핀 사역을 시작한 박 대표는 2005년 루바 지역으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COVA국제선교회를 설립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사역들을 전개해왔다. 선교회는 아이들에게 신앙교육을 하며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균형 잡힌 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지역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고 퀴즈대회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한국 교계에서는 많은 선교사와 재정을 투입해도 열매가 없다며 필리핀 선교가 끝났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자신 있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필리핀 오지에서도 신앙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리핀 아이들을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는 사역은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라며 “아이들을 신앙으로 건강하게 잘 키워서 꿈을 이루도록 지원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다음세대를 위한 사역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 박 대표는 일침을 가했다.
“아이들을 복음 안에서 자유롭게 놓아줬으면 좋겠어요. 부모의 욕심을 버리고 말이죠.”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필리핀 지도자 육성 위한 아이들 사역은 종합 예술”… COVA 국제선교회 대표 박성호 목사
입력 2015-04-23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