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총리는 국내외 언론 경고 새겨들으라

입력 2015-04-23 02:37
아무래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한·일 관계는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엉터리 중학교 교과서 검정과 외교청서 발간으로 분통을 터뜨리게 하더니 이번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바쳐 또다시 우리를 자극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여야 국회의원 100여명도 22일 야스쿠니 신사 춘계 예대제(例大祭)를 맞아 집단 참배했다.

한국과 중국의 거듭된 경고와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것은 침략을 정당화하고, 아직도 일본에 전범국가의 벌칙을 부과하고 있는 유엔헌장을 부정하는 뻔뻔한 행위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해 규탄했지만 아베 총리에겐 마이동풍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연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는 표현을 쓰긴 했으나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고통 받은 아시아 국가들에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문제는 아베 총리의 왜곡된 역사관이 우경화 움직임과 맞물려 일본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6%가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찬성했다. 9년 전에 비해 6%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일본이 전쟁과 식민지배를 통해 피해를 준 국가와 국민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7%가 ‘충분히 했다’고 답한 반면 ‘아직 부족하다’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충분하다’ 36%, ‘부족하다’ 51%였던 9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다. 여기에 오바마 미 행정부까지 일본 편들기에 나서면서 아베 총리의 역사 왜곡을 방관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전후 50년·60년 담화에 ‘침략과 식민지 지배’ ‘통절한 사죄’의 표현을 담아 침략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왔다. 이는 국제적으로 확립된 일본의 공적(公的) 인식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오는 8월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침략’ ‘사죄’ 등의 표현을 쓰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지난 20일 TV에 출연해 “과거 담화와 같은 것이면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공언했다. 오죽하면 마이니치신문과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조차 사설에서 ‘침략’ ‘사죄’ 등의 단어 포함 여부가 담화의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했을까.

정부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아베의 역사 왜곡에 맞서기 버겁다. 국민들도 SNS 등을 통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해 국제사회에 아베의 부당성을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활발히 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서 맞설 때 아베의 헛된 꿈을 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