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마이웨이] 아베가 연설할 회의장서 美 의원들, 아베 사죄 촉구

입력 2015-04-23 02:53 수정 2015-04-23 20:34
마이크 혼다
찰스 랭글
미국 연방 하원의원 5명이 오는 29일(현지시간) 미 의회 합동연설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과거사를 직시하고 사죄하라고 공개 촉구했다. 아베 총리가 연설할 예정인 회의장에서 제기된 의원들의 연쇄 발언은 아베 총리에게 압박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후 7시15분 미 워싱턴DC 하원 전체회의장. 2007년 미 하원 종군위안부 결의안 통과 주역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민주·캘리포니아)이 특별연설(Special Order Speech)을 시작했다.

혼다 의원은 “아베 총리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의 진주만 침공 이튿날인 1941년 12월 8일) 대(對)일본 선전포고 연설을 한 곳에서 역사적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다”며 “아베 총리는 일본 정부를 대신해 완벽하고 명백하며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일본이 충분히 사과했다면서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최근 일본의 지속적인 역사수정주의적 시도를 보면 우리가 평화와 화해를 위해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일본 정부는 두 걸음씩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2차대전 종전 70주년이 된 지금이야말로 바로 아베 총리가 명백하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과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스티브 이스라엘(민주·뉴욕)·빌 파스크렐(민주·뉴저지)·찰스 랭글(민주·뉴욕) 하원의원은 1분 연설을 통해 아베 총리의 진솔한 사과를 촉구했다. 그레이스 멩 의원(민주·뉴욕)은 시간제한으로 연설을 하지 않았지만 공식 의사록에서 “위안부에 대한 역사의 기록은 가감 없이 보편적으로 수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의원은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을 통해 성노예로 끌려간 수십만명의 여성들에 대한 잔학행위를 솔직하게 자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스크렐 의원은 “아베 정권은 1930∼40년대 식민지 여성들이 겪었던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87) 할머니가 이날 방청석에서 의원들의 연설을 지켜봤다.

일본의 주요 언론도 아베 총리에게 침략 행위를 명확히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에 있는 ‘침략’ ‘사죄’와 같은 표현을 전후 70주년 담화에 담는 데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낸 데 대해 “전후 일본이 침략은 잘못임을 인정한 데서 출발했다는 역사 인식을 빼고 70년을 총괄할 수는 없다”고 22일 논평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사설에서 전후 70주년 담화에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라는 단어가 담기는지는 본질적인 문제이며 담화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도 “(아베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등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속에 있으니까 언급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