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남호철] 관광주간도 좋지만…

입력 2015-04-23 02:20

올해 5월에도 황금연휴가 이어진다. 1일 근로자의 날에 이어 주말을 보내고 나면 하루건너 5일 어린이날이 뒤따른다. 며칠 휴가를 보태면 여행하기에 최적기임에 틀림없다.

이 기간을 활용해 정부가 ‘봄 관광주간’을 발표하는 등 국내 관광 살리기에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1∼14일에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기업·학교 등이 참여해 ‘공무원과 근로자의 휴가 가기’ 캠페인을 벌이고 정부부처 장·차관은 관광주간에 1∼3일 연가를 내 솔선수범하는 한편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기업 근로자의 휴가 사용을 촉진하며 경제단체들은 관광주간 참여를 적극 장려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추진된다.

공무원과 근로자가 휴가를 내 가족여행을 떠나는 데는 자녀의 학업 사정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 초·중·고교 1만1464곳의 88.9%에 해당하는 1만199곳이 참여해 자율휴업이나 단기방학을 집중해 힘을 보탠다고 한다. 학교는 평일 기준으로 2∼5일, 일요일(5월 3·10일)과 어린이날(5월 5일)을 연계해 모두 5∼8일을 쉬게 되는 셈이다.

행사 기간에 주요 관광지·지역축제와 연계해 ‘캠핑주간’ ‘농촌관광 가족주간’ 등 체험 프로그램이 확대된다. 전국 숙박업체 1411개와 지역 대표 맛집 할인 등 전국 관광업체 3003곳이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관광객들을 ‘유혹’한다고 하니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침체된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의아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 관광주간 행사가 아니더라도 휴일이 많아 여행을 떠나는 성수기에 이런 캠페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지, 긴 연휴가 국내 여행객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는 기회를 제공해 국내 관광을 살리자는 의도가 오히려 외국 관광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가 지정한 관광주간은 국내 여행 성수기로 그렇잖아도 어려운 숙박업소나 교통편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복잡한 행락철을 택해 관광을 권장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틈만 나면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설·추석 등 명절의 귀성 본능을 이미 넘어섰다. 더욱이 국내는 볼 것도, 놀 것도 별로인데 비싸기만 하다는 인식이 박힌 지 오래다. 더 근원적으로 파고들면 휴가를 즐길 여유가 있는지도 반문해봐야 할 듯하다.

5월의 ‘빨간 날’은 여행하기에 좋은 반면 그만큼 지출도 많게 만든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외면할 수 없는 날들이 줄줄이 이어져 돈 없는 서민들에게는 ‘잔인한’ 날들이다. 씀씀이가 많은 5월에 여행을 즐기라는 권장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직장을 잡지 못해서 취직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구조조정의 칼날 앞에 서 있는 직장인들이 느긋하게 여행을 갈 수 있겠는가. 멍석을 깔아놓았지만 시간적·경제적 제약이 떠나고 싶은 국민의 발목을 잡을 것은 뻔한 일이다.

우리 국민이 가장 희망하는 여가활동이 여행이라고 한다. 갈 수 있는 여건만 마련되면 등 떠밀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 나선다. 볼거리와 먹거리, 쉴거리 등 관광의 기본 인프라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정부가 일부 여건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국내 여행업계의 진정한 ‘봄’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시선을 기준으로 좀 더 세심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겠다. 남호철 관광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