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지만 중대형 아파트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구구조 변화에 따른 결과여서 실수요자 중심의 중소형 선호 현상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114는 올 들어 이달 중순까지 수도권에서 분양된 신규 아파트 중 중대형 물량이 6.6%에 그친 것으로 22일 집계했다. 전체 3만3649가구 가운데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물량은 2224가구에 불과했다. 6.6%는 지난해 공급된 중대형 물량 비중 12.8%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고, 2010년 25.4%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서는 2013년 1만8727가구였던 수도권의 중대형 분양 물량이 지난해 1만1308가구로 3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소형 분양 물량은 5만97가구에서 4만5840가구로 8.5%만 줄었다.
부동산 업계는 소규모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는 인구구조가 중대형 아파트의 몰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해 가구당 인구수를 2.48명으로 집계했다. 2000년 3.3명에서 1명이 줄어든 셈이다. 1990년대까지는 한 가구가 방 3∼4개짜리 아파트에 살아야 공간이 넉넉했지만 이제는 방 2∼3개만 있어도 충분한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전세에서 돌아선 실수요자들이 중소형 아파트 분양시장에 몰리면서 중대형이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 대행사 관계자는 “아무리 중대형 매매가가 떨어졌다 해도 전세금을 들고 분양시장에 뛰어든 세입자들 입장에서 바로 중대형을 노려보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수요에 맞춰 중소형 아파트 평면 개발에 매진한 점도 시장 변화의 원인이 됐다. 전용 84㎡형에만 들어가던 알파룸이 더 작은 주택형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올 1월 현대산업개발이 충남 천안에 분양한 백석3차 아이파크의 경우 전용 74㎡형까지 알파룸을 넣었다.
중대형 아파트는 희소성을 무기로 최근 청약시장에서 높은 1순위 마감률을 기록하고는 있다. 하지만 공급물량 자체가 워낙 적어 가격은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주택 보급률과 도시화율, 가계부채 등 주택시장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중대형 아파트가 단기간에 부활하기는 어렵다”며 “서울 강남권과 판교·분당·위례신도시 등에서 일부 수요가 있지만 저성장 기조 속에서 가격이 오르긴 역부족”이라고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기획] 중대형 ‘찬밥 신세’ 당분간 쭉∼… 이달 수도권 분양아파트 중 85㎡ 초과 물량 6.6% 뿐
입력 2015-04-23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