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관련자 본격소환에 나선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대전지검장)은 첫 소환 대상이었던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를 22일 새벽 긴급체포하는 ‘초강수’를 뒀다. 다양한 목적과 효과를 노린 포석이다. 신병을 확보한 뒤 리스트 관련 진술이나 자료 제출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관련자들의 입 맞추기와 증거인멸을 막겠다는 것이다.
박 전 상무에게 적용된 혐의는 증거인멸이다. 수사의 본류라고 볼 수 있는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전달 관련 혐의는 아직 적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박 전 상무의 긴급체포는 다른 혐의로 신병을 확보한 뒤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의혹 관련 진술을 얻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모든 의혹의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숨진 터라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박 전 상무의 진술을 확보하는 게 수사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박 전 상무는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까지 함께 대책회의를 했던 인물이다. 검찰은 체포시한인 48시간 안에 최대한 진술을 끌어낼 예정이다.
검찰은 박 전 상무가 증거를 인멸한 이유와 어떤 증거를 없앴는지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의혹을 입증할 ‘비밀장부’의 존재 여부 등이 확인되면 수사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한 검찰 간부는 “비밀장부 같은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면 주변 정황과 진술만으로 의혹을 입증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수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이 증거인멸이나 관련자들의 입 맞추기 등 수사방해 행위에 대해 강력한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주변인부터 압박해 들어가는 수사기법은 검찰의 특수수사에서 종종 이용돼 왔다.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특검 당시 증거인멸 혐의로 삼성화재 임직원들이 가장 먼저 입건됐었다. 2006년 현대차그룹, 2013년 CJ그룹 비자금 수사 때에도 오너의 최측근 임원들을 우선적으로 긴급체포했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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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파문] 박 前상무 긴급체포 왜?
입력 2015-04-23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