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메가) DRAM(D램) SEM(전자현미경) 분석. 1988년 10월 17일. DRAM PA(팀장) 권오현’.
22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삼성디지털시티 전자산업사 박물관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SIM)’ 특별전시장에 들어서자 A4 용지에 자필로 적힌 문서가 눈에 들어왔다.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개발팀장 시절 수기로 작성한 분석 보고서였다. 보고서에는 특정 운영 모드에서 실패(오류)가 발견된다는 내용과 함께 어떤 식으로 분석할지 등 개발자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문서는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보면 ‘낡은 종이’에 불과하지만 국내 반도체 기술 역사를 말하는 일종의 사료(史料)다.
개관 1주년을 맞은 SIM은 ‘삼성전자, 개발을 말하다’라는 주제의 특별전을 6월 19일까지 진행한다. 오늘날 삼성전자를 있게 한 것은 척박한 환경에서 기술 기반을 다진 개발자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뜻에서다. 입구에는 퇴직한 7명의 개발자 출신 임원들이 정의하는 ‘개발’의 뜻이 크게 전시돼 있었다.
특별전에서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소장됐던 물품도 볼 수 있다. 1998년 10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첫 폴더형 휴대폰 ‘SCH-800’에는 특별한 회로기판이 장착됐었다. 당시 외환위기가 닥치자 한 개발 직원이 위기를 극복하고 신제품의 성공을 바라는 염원을 담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는 문구를 새겨넣은 것이다.
SIM은 삼성전자 제품뿐 아니라 전 세계 전자제품의 과거와 현재, 미래도 한눈에 볼 수 있다. 5층에 위치한 ‘발명가의 시대’라는 홀에 들어서자 현대 과학문명이 시작됐던 조명, 통신, 가전제품, 라디오 등의 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1900년대 볼 수 있었던 일명 ‘두꺼비집’이라고 불리는 전류 차단장치 스위치를 몸쪽으로 당기자 전면 스크린에는 세탁기와 청소기, 냉장고가 출시되기 전과 후를 비교한 주부의 하루가 재생됐다. 옆에는 1910년대 처음 생산된 자동식 세탁기와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된 GE사의 냉장고 등을 실물로 볼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기업 혁신의 시대’ ‘창조의 시대’ 등 주제별로 마련된 전시관에서는 세계 최초의 TV, 휴대전화 등도 볼 수 있다. 총 151점 물품 가운데 12점의 복제품을 제외하고는 삼성전자가 직접 수집하거나 기증받은 실제 제품들로 구성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전 홍보관과 다르게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운영되며 연간 6만60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글·사진 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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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의 땀·눈물 통해 본 삼성전자의 역사…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 개관 1돌 특별전
입력 2015-04-23 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