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30% ‘방임’ 경험… 10.2%는 지속·반복 방임

입력 2015-04-23 02:29
방과후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김민혁(가명·9)군을 맞는 건 텅 빈집이다. 아버지 얼굴은 기억에 없다. 김군과 여동생(6)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는 아침 일찍 출근해 새벽에나 퇴근한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동생과 능숙하게 라면을 끓여 먹는 게 흔한 일상이다. 식당 일을 하는 김군 어머니(39)는 “저녁 한 끼 제대로 차려줄 수 없는 엄마의 맘이 오죽하겠나. 먹고살려면 젊을 때 바짝 벌어야 하니까 온종일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군 남매는 ‘소리 없는 학대’라고 불리는 방임 피해자다. 전체 아동 10명 중 3명은 방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아동방임 재발유형과 관련 요인’ 보고서에서 2011∼2013년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 2083명의 방임 경험을 조사한 결과 3년 동안 한 번이라도 방임을 경험한 아동이 전체의 30.7%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3년 내내 지속·반복적으로 방임을 경험한 아동은 10.2%였다. 아동학대 경험이 전혀 없는 아동은 40% 정도였다.

방임은 부모가 맞벌이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8배 많았다. 형제·자매 수가 1명씩 늘수록 방임은 70%씩 증가했다. 가구소득이 100만원 증가할 때마다 지속적인 방임은 15%씩 줄었다.

방임은 다른 학대 유형과 달리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지만 아동학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13년 전체 아동학대의 43.0%는 방임을 포함한 중복학대였다. 방임은 지나치기 쉽고 발견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신체·성학대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2013년 방임으로 숨진 아동은 12명이었다. 전체 아동학대 사망자(22명) 중 54.5%에 이른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