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3년차가 또다시 별다른 실적 없이 반환점으로 달려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필두로 강력한 국정운영 동력을 충전하려던 계획이 ‘성완종 리스트’ 블랙홀에 모두 빨려들어가버려서다.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 빨리 ‘레임덕(Lame Duck: 집권말기 지도력 공백 현상) 시대’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박근혜정부에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됐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서 있다. 믿었던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레 더 큰 먹구름을 몰고 온 장본인으로 전락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 총리를 정홍원 전 총리 후임으로 지명했다. 지난해 ‘세월호 정국’을 무리 없이 수습한 이 총리의 능력과 정무감각이 ‘실세 총리’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 실제로 이 총리는 취임 초부터 강한 내각 장악력을 선보이며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 살리기, 부정부패 청산 드라이브를 걸었다.
때마침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진행 중이던 공무원연금 개혁을 4·29재보선 직후까지 완료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몸을 사리던 야당마저 연금개혁 당위성에 동의할 정도였다. 당정청은 공무원연금 개혁이 가닥을 잡으면 곧바로 사학연금·군인연금 개혁에 나서고, 본격적인 경제 살리기 정책을 가동할 태세였다. 또 이전 정부의 부패한 자원외교 비리를 발본색원해 국정운영 동력을 보충한다는 계산도 했다.
그러나 이 계획들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발(發)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단 한 방에 수포로 돌아가게 될 형국이다. 이 총리를 비롯한 여권 최고 핵심 인물들이 모두 이 의혹에 엉켜들면서 정책 추진력은 물론 국정 장악력마저 잠식해버린 상태다.
만약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새누리당은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주류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축으로 한 이들의 지향점은 비박을 넘어 반박으로까지 치달을 개연성마저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여세를 몰아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더욱 몰아붙일 게 틀림없다. 야당 공세에 여당마저 손을 놓으면 박 대통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몰린다. 여권 핵심 인사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게 바로 레임덕 아니겠느냐”면서 “(박근혜정부가) 이렇게 빨리 그런 상황에 놓일 것으로 짐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연 내각 수장이 검찰 소환을 코앞에 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박 대통령은 어떤 승부수를 던질지 지켜볼 일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이슈분석-朴 대통령 집권 3년차 동력 상실 우려] 빨라지는 ‘레임덕 시계’
입력 2015-04-23 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