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사람들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걸까

입력 2015-04-24 02:01

2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삼키고 죽으려 했던 스페인 왕자, 자기 귀를 면도칼로 잘라 창녀에게 준 뒤 본인 몸에 총을 쏜 화가 고흐, 게임으로 자살할 사람을 고르는 자살 클럽 등 이 책은 실제로 자살을 했거나 자살을 시도했던 이들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담았다.

세상과의 모든 끈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행위는 오랜 세월 인류가 금기시 돼 왔다. 하지만 자살하는 사람들은 과거와 현재, 동서양을 막론하고 언제나 있다. 사람들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마릴린 먼로는 숨기기 직전에 밤새 많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박하다고 받아들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는 “횡설수설하지 마”라고 소리를 지른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울러 동서고금을 통틀어 늙는다는 것은 최고의 불행으로 여겨졌다. 칼 마르크스의 사위 폴 라파르그는 “육체적, 정신적 힘을 잃게 하는 늙음이 나의 에너지를 마비시키기 전에 나는 자살한다”며 아내와 함께 70살이 되던 해에 생을 마감했다. 그동안 자살을 다룬 책은 많았지만 이 책처럼 어렵고 딱딱한 이론 중심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생생하게 그려낸 경우는 드물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