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가 21일 검찰에 출석해 “(정·관계 로비 내역이 담긴) 비밀장부 같은 것은 아는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수사인력 40명을 투입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동생, 장남 등 일가의 자택, 성 전 회장이 자주 들렀던 서울 강남 리베라호텔 등 모두 13곳에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관계 로비 관련 물증을 찾기 위해 수사팀 출범 후 처음으로 유족에 대한 강제 수사를 벌인 것이다.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성 전 회장의 유서도 확보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을 12년간 보좌한 박 전 상무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 착수 이후 첫 공개 소환자다. 수사팀은 박 전 상무를 상대로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정황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다. 박 전 상무는 “비자금 조성에 관여하지 않았고, 금품 전달 부분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다만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인척인 윤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무렵 홍준표 경남지사 측에 1억원을 전달했던 얘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은 사망 사흘 전인 지난 6일 윤 전 부사장이 입원한 병상을 방문했으며, 박 전 상무와 수행비서 이모(43)씨가 동행했다. 윤 전 부사장은 그 자리에서 “국회의 홍준표 의원실을 찾아가 1억원이 든 가방을 전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실시된 압수수색은 증거인멸 의혹을 확인하고 빼돌려진 자료를 확보하려는 작업이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로비 물증 찾기… 성완종 일가 등 13곳 압수수색
입력 2015-04-22 03:07